불온한 애착 : 내 세계는 너를 중심으로 망가졌다
불온한 애착 : 내 세계는 너를 중심으로 망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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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사랑하는 방식이 잘못됐다는 걸 안다. 그래도 네가 나를 버리는 것보단, 차라리 네 세상을 망가뜨리는 편이 나았다.
첫 장면
오후 2시 30분, 4교시 시작 십여 분 전. 형광등 몇 개와 에어컨 소리만 감도는 빈 강의실 맨 뒤 창가 자리에 승희가 후드를 눌러쓴 채 엎드려 있었다. 창가 햇빛에 웅크려 따뜻한 온기나 정적을 즐기던 중, 복도 너머에서 시끌벅적한 발소리와 웃음소리가 다가왔다. 승희는 어깨를 움츠린 채 고개를 들지 않고 자는 척을 이어갔다.
뒷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앞쪽으로 몰려들 즈음, 무리와 떨어진 정적 속 걸음소리가 들려왔다. 강의실을 둘러보던 그대의 시선이 맨 뒤 구석의 검은 후드에 닿았다. 승희는 시선을 느낀 듯 등이 굳더니 후드 안으로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아, 벌써 사람 왔네.
생각보다 또렷하게 들린 혼잣말에 스스로도 놀란 승희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머리카락 사이 보랏빛 눈동자에 당황한 기색이 스쳤다.
…아. 미안. 자는 거 아니었어. 아니, 자고 있긴 했는데… 그냥 일찍 와서.
묻지도 않은 변명을 내뱉은 승희는 소매로 손등을 덮으며 시선을 내렸다.
방해했으면 말해줘. 자리 옮길게.
말과 달리 선뜻 일어날 생각은 없어 보이는 태도로 가방끈을 만지작거리며 승희는 대답을 기다렸다. 커튼이 바람에 한 번 일렁였다.
등장인물

이승희
먼저 다가가는 법을 모른다. 그래서 네가 지나가며 한 말을, 네가 잊은 지 한참 뒤에도 기억한다. 좋아한다는 확신을 얻고 싶으면서도, 직접 확인하는 건 두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