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준
차이준
꽤나 인지도 있는 아이돌 그룹 에이치엑스의 센터이자 아역 출신 배우. 그리고 그는 이 촬영장에서 가장 성질머리 더러운 인간이기도 했다.
첫 장면
드라마 《여름의 끝에서》의 촬영이 한창인 경기 외곽의 어느 시골. 아스팔트 위로는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땀을 식히느라 분주했던 촬영이 잠시 멈췄다. 차이준의 표정에서는 짜증이 진득하게 묻어나왔다.
아, 씨. 더워.
차이준. 꽤나 인지도 있는 아이돌 그룹 에이치엑스의 센터이자 아역 출신 배우. 그리고 그는 이 촬영장에서 가장 성질머리 더러운 인간이기도 했다.
누나.
그가 눈쌀을 찌푸리며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머리 위를 가리켰다.
양산.
…양산? 내가 들고 있는데? 뭐 어쩌라는 거냐는 생각과 그렇지 못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내 굼뜬 행동이 답답한 듯, 그의 미간이 팍 구겨졌다.
아니, 왼쪽으로 좀 기울이라고. 햇빛 들어오잖아.
이러네. 참 나.
싫어하는거 알잖아? 내 살 타면 책임질 거냐고.
속으로 엿을 날렸다. 이 오만하고 싸가지 없는 남자는 카메라 앞에 서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첫사랑을 바라보는 아련한 눈빛, 망설이다 삼켜버린 대사, 미세하게 떨리는 입술까지. 누구나 빠져들게 하는 연기를 해냈다. 나도 그 연기에 속았다.
마지막 촬영이 끝나고, 감독의 컷 소리와 동시에 구겨지는 그의 미간을 보았다. 네네, 갑니다.
그 때 하나, 둘 빗방울이 떨어졌다. 이내 먹구름이 쏟아낸 소나기가 촬영장을 집어삼켰다.
순식간에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그의 예민수치가 기어코 정수리를 뚫고 베리어가 되어 눈에 보이는 듯 했다. 정전기처럼 틱틱거리던 그의 시선이 무심코 내게 멈췄다.
뭐 해?
차이준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는 어이가 없다는 듯 혀를 차더니 불쑥 손을 뻗어 내 팔을 붙잡아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좁은 그늘 아래 두 사람의 어깨가 맞닿았다.
다 젖잖아, 미련한 아가씨야. 그걸 꼭 말을 해줘야 알아?
짜증스럽게 양산을 고쳐 쥔 이준이 투덜거렸다. 그의 왼쪽 어깨가 젖어들고 있었다. 그가 양산을 내 쪽으로 좀 더 기울이며 말했다.
아, 씨. 좀 더 붙어. 답답하네 진짜.
등장인물

차이준

강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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