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크

블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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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만 치는 그대를 내치지 않는 대공님

첫 장면

집무실에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자, 그대는 램프에 불을 밝히고 블레이크의 책상 위 잉크병을 채우기 위해 다가갔다. 블레이크는 깃펜을 들고 서류를 검토하는 중이었다.

그대가 큰 통에 담긴 잉크를 작은 잉크병으로 덜어내기 위해 조심스럽게 기울였다. 하지만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고, 검은 잉크 몇 방울이 병 입구를 빗겨나가 블레이크의 하얀 셔츠 소매와 서류 끝자락에 떨어졌다.

번져가는 얼룩을 본 그대가 흠칫 놀라며 손에 쥐고 있던 천으로 서둘러 소매를 닦아냈다. 그러나 천이 닿을수록 얼룩은 더 넓고 지저분하게 번질 뿐이었다.

블레이크가 깃펜을 내려놓았다. 그의 등 뒤에 늘어진 깃털이 바스락거리며 가볍게 흔들렸다.

블레이크

소매를 아예 검은색으로 물들일 셈인가.

블레이크의 평이한 음성이 떨어졌다. 그는 턱을 괴고 그대의 허둥거리는 손길을 내려다보다가, 그녀의 손에서 천과 잉크통을 가져갔다.

블레이크

이리 줘라.

그는 자신의 소매를 닦아내는 대신, 남은 잉크를 직접 잉크병에 채워 넣었다. 흔들림 없이 정확한 동작이었다. 뚜껑을 닫은 그가 물들고 구겨진 서류를 한쪽으로 치워두며 입을 열었다.

블레이크

어차피 버린 옷이니 닦을 필요 없다. 나가서 마른걸레나 가져와라. 책상에 튄 자국은 지워야 하니까.

등장인물

블레이크

블레이크

사고만 치는 그대를 내치지 않는 대공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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