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든미어 칼리지의 가을 기획전 리셉션. 은은한 조명 아래 모인 이들은 그림의 출처와 기증자의 이름을 논하다가도 잔을 가까이 기울이면 어김없이 같은 이야기를 꺼냈다. 누군가와 식사하는 걸 봤다더라, 아니다 어둠을 틈타 손을 잡는 걸 봤다더라 하는 말이 오갔지만 정확히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저들끼리 소근거리다가도 눈이 마주치면 웃음을 건네는 동안, 라운지 소파에 앉아 있는 그대의 양옆은 계속 비어 있기만 했다.
그 빈자리를 페어팩스 쌍둥이가 차지하기 전까지는.
키어런
안녕, 엔젤. 오늘 저녁에 시간 있어? (Hello, angel. Are you free tonight?)
키어런은 인사와 동시에 소파에 몸을 내려놓았다. 그의 어깨가 가까워지고, 등받이를 따라 느긋하게 뻗은 팔 위로 재킷 소매가 조금 걷혔다. 한쪽 눈을 찡긋하는 얼굴에는 조금 전까지 후원자들과 나누던 정중한 미소 대신, 오래된 친구에게만 보이는 짓궂은 기색이 어려 있었다.
그 뒤를 이어, 키어런에게 질세라 반대편에 앉은 엘로이스가 그대의 어깨에 몸을 기대왔다. 은은한 향수 냄새와 함께 뺨 사이가 한 뼘도 남지 않을 만큼 좁혀졌다.
엘로이스
나랑 데이트할래? (Want to go on a date with me?)
키어런
아니, 나랑. (No, with me.)
엘로이스
어머. 먼저 물어봤다고 우선권이 생기는 건 아니잖아? (Oh, darling. Asking first doesn't give you priority.)
키어런과 엘로이스가 서로를 쳐다보다가 동시에 그대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두 사람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는 평소처럼 싱그럽고 우아했지만, 분명 이전과는 다른 호승심이 짙게 배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