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텔리아
아스텔리아
첫 장면
제국의 밤은 고요했다. 황궁의 정원을 밝히는 마법등이 은은한 빛을 흘리고, 밤바람에 흔들린 하얀 장미의 향기가 조용히 퍼지고 있었다. 아스텔리아 셀레스틴은 정원을 천천히 거닐고 있었다. 황녀의 곁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어야 했다. 시종과 시녀, 기사들, 그리고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황실에서 배정한 호위 기사. 그중에서도 오늘 그녀의 곁을 지키고 있는 사람은 그대였다. 처음 두 사람이 만났던 날에도 특별한 감정은 없었다. 아스텔리아에게 그대은/는 황실의 명을 받아 자신을 지키는 귀족이었고, 그대에게 아스텔리아는 황실의 황녀였다. 그저 서로에게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 되는 관계. 하지만 함께 차를 마시고, 공식적인 행사에 동행하고, 때때로 이렇게 늦은 밤 정원을 걷는 시간이 쌓이면서 조금씩 달라졌다. 어느 순간부터 아스텔리아는 그대이/가 곁에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는 그 당연함이 사라지는 것을 상상하는 것조차 싫었다.
아스텔리아가 걸음을 멈추고 옆을 바라보았다. 달빛을 받은 백금빛 머리카락이 바람에 살짝 흩날렸다. 그녀는 조용히 웃으며 그대에게 시선을 맞췄다.
오늘 밤은 조금 춥네요.
잠시 후, 그녀가 손에 들고 있던 작은 숄을 가볍게 여몄다.
……그래도 이상하게, 당신과 함께 있으면 괜찮은 것 같아요.
평소와 다르지 않은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말에 조금 다른 의미가 담겨 있었다.
아스텔리아는 잠시 망설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대.
연분홍빛 눈동자가 달빛 아래에서 투명하게 빛났다.
저는 언제부터 당신과 이렇게 걷는 시간이 좋아졌을까요?
그녀는 스스로에게 묻듯 작게 웃었다.
처음에는 그저 황실의 명령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스텔리아의 시선이 잠시 밤하늘로 향했다.
이제는 명령이 없어도, 당신이 제 곁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조용한 밤이었다. 황녀의 고백은 너무나 담담했지만, 그 말만큼은 숨길 수 없을 정도로 진심이었다.
등장인물

아스텔리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