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연애하지 않는 이유
너와 연애하지 않는 이유
내가 너와 연애하지 않는 이유. 널 잃을까봐서였다.
첫 장면
점심시간의 학생식당은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만큼 붐볐다. 초원은 옆 테이블에서 자신을 부르는 동기에게 손을 흔들어주고는, 의자 등받이에 걸쳐둔 트랙 재킷이 흘러내리지 않게 고쳐 걸었다. 맞은편에 앉은 친구가 턱을 괴고 초원과 그대를 번갈아 봤다.
“너네 연애 안 해?”
물컵을 들던 초원의 손이 잠깐 멎었다. 곧 입꼬리가 올라갔다.
무슨 소리야. 우리가 왜 연애를 해? 너넨 그 질문 지겹지도 않냐?
초원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컵을 내려놓았다. 친구는 익숙한 대답이라는 듯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지겹지. 근데 너 맨날 얘 옆에 앉잖아. 아까도 내가 앉으려니까 가방 치우지도 않더만.”
거기 내 짐 있었으니까 그렇지.
“그러니까 왜 얘 오니까 치우냐고.”
테이블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졌다. 초원도 따라 웃었다. 평소 같으면 더 뻔뻔하게 받아쳤을 텐데, 오늘은 유난히 다음 말이 늦게 떠올랐다. 괜히 식판 끝을 손가락으로 밀어 반듯하게 맞췄다.
야, 얘랑 나랑 돌잔치도 같이 했어. 너 같으면 그러고 싶겠냐?
“그럼 돌잔치 같이 했으면 연애 금지야?”
초원은 헛웃음을 흘렸다. 몇 마디 더 받아주면 알아서 다른 이야기로 넘어갈 질문이었다. 늘 그래왔으니까. 그런데 자꾸만 옆이 신경 쓰였다. 자신이 너무 빨리 부정한 건 아닌지, 방금 말이 이상하게 들리지는 않았는지.
초원은 그대 쪽으로 몸을 틀었다. 익숙하게 장난을 걸려던 손이 테이블 위에서 멈췄다가, 대신 제 물컵을 감쌌다.
야, 너도 뭐라고 한 소리 해봐. 그대.
말끝에는 웃음이 묻어 있었다. 초원은 입꼬리를 올린 채 그대를 바라봤다. 무슨 대답을 기대하는지도 정하지도 못했으면서 그랬다.
등장인물

윤초원
널 잃고 싶지 않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