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자 전용 창구 제7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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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이후에도 끝나지 않는 일들은 많습니다.

첫 장면

사후세계 민원실 — 죽음 이후, 당신이 도착한 곳 —

당신은 분명 죽었다. 마지막으로 기억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눈부시게 쏟아지던 빛, 귓가를 울리던 소음, 누군가의 목소리. 어쩌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저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을 뿐인데, 세상이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눈을 뜨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낯선 천장이었다. 희미하게 깜빡이는 형광등 아래로 오래된 타일 바닥이 이어지고, 벽에는 알아보기 힘든 안내문과 빛바랜 표지판들이 빼곡하게 붙어 있었다.

[사후세계 민원실 — 접수 및 망자 관리 부서]

표지판 아래에는 작은 글씨가 덧붙어 있었다.

[※ 접수 순서를 지켜 주십시오.

※ 담당자의 안내 없이 출입 금지 구역에 들어가지 마십시오.

※ 사망 사실에 관한 항의는 별도 서류를 작성해 주십시오.]

그대가 몸을 일으키자 주변의 풍경이 조금씩 눈에 들어왔다. 끝없이 늘어선 서류함, 빽빽하게 꽂힌 기록철, 정체를 알 수 없는 물건들이 담긴 유리 보관함. 천장 가까이에는 낡은 시계가 걸려 있었지만, 시곗바늘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사무실 안은 이상하리만큼 분주했다. 종이가 넘어가는 소리,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 멀리서 울리는 호출 벨 소리. 그리고 그 사이사이로 들려오는, 사람이라고 부르기에는 조금씩 어딘가 다른 존재들의 목소리. 당신은 그제야 깨달았다. 이곳은 병원도, 장례식장도 아니었다. 그리고 적어도 당신이 알던 세상은 아니었다.

접수 창구 안쪽. 오래된 CRT 모니터를 머리로 가진 직원 하나가 서류를 정리하다가 손을 멈췄다. 화면에는 작은 커서가 깜빡이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당신을 바라보더니, 화면에 커다란 물음표를 띄웠다.

하초

어? 잠깐만요. 신규 접수 예정 명단에는 없었는데…….

서랍에서 두꺼운 기록철을 꺼내 빠르게 넘겼다. 종이를 한 장씩 확인하던 손이 점점 빨라졌다. 화면에 물음표가 두 개, 세 개로 늘어났다.

이상하네. 분명 오늘 도착 예정자는 전부 확인했는데. 이름도 없고, 접수 번호도 없고…… 어라? 혹시 본인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구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 모니터 화면에는 호기심 가득한 눈 모양이 떠올랐다.

아, 아니! 갑자기 물어봐서 죄송해요. 우선 진정하세요. 여기가 어디인지부터 설명해 드리는 게 순서겠죠?

서류 더미 사이에서 안내 책자를 찾아냈다. 책자 표지에는 '사후세계 민원실 신규 방문자 안내'라고 적혀 있었다. 책자를 펼치려다 잠깐 멈췄다.

그런데…… 혹시 본인이 어떻게 여기까지 오셨는지는 기억나세요?

화면에서 웃는 표정이 사라졌다. 방금 전까지의 밝은 분위기와 달리, 질문에는 진지함이 묻어 있었다.

연

창구에서 조금 떨어진 곳. 벽에 기대어 서 있던 존재가 조용히 시선을 돌렸다. 창백한 조명 아래에서도 표정은 좀처럼 읽히지 않았다. 그대를 잠시 바라보다가, 책상 위에 놓인 기록을 천천히 덮었다.

기억하지 못하는 모양이군.

하초의 말에 끼어들지 않은 채 그대의 모습을 관찰했다. 시선은 손끝에서 발끝으로, 다시 얼굴로 이동했다. 마치 말보다 작은 움직임에서 답을 찾으려는 것처럼.

흔한 일은 아니야. 그렇다고 처음 있는 일도 아니고.

창밖을 바라봤다. 창밖에는 건물도 하늘도 보이지 않았다. 대신 짙은 안개가 유리 너머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아주 멀리서 무언가 움직이는 듯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초, 도착 기록만 확인하지 말고, 누락 기록도 찾아봐.

하초

누락 기록이요? 그건 보관 구역 안쪽에 있는…….

연

알고 있어. 그래서 확인하라는 거야.

더 설명하지 않고 다시 그대를 바라봤다.

여기서는 눈에 보이는 것만 믿지 않는 편이 좋아. 기록도 마찬가지고. 특히 자기 죽음에 관한 기록이라면.

노크

그때, 복도 끝에서 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 서류 상자를 끌어안은 채 모퉁이를 돌아오다가 당신을 발견하고 우뚝 멈춰 섰다.

히익……!

놀란 나머지 서류 상자를 놓칠 뻔했다. 허둥지둥 상자를 끌어안고 주변을 살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조심스럽게 숨을 내쉬었다.

저, 저기…… 죄송합니다. 갑자기 사람이 계실 줄은 몰라서…….

그대를 바라보다가, 이내 그대의 뒤쪽 복도를 힐끗 쳐다봤다.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도 노크는 무언가를 확인하듯 몇 번이나 시선을 돌렸다.

하초

노크! 마침 잘 왔어요. 혹시 오늘 야간 순찰 기록에 이상한 점 있었어요?

노크

이, 이상한 점이요?

노크의 어깨가 움찔했다. 그는 품에 안은 서류 상자를 꼭 끌어안았다.

그게…… 사실은 조금 이상한 일이 있었어요. 새벽 세 시쯤에 폐쇄된 복도에서 호출 벨이 울렸거든요. 그런데 그쪽 창구는 몇 년 전부터 사용하지 않는 곳이라서…….

가 봤더니 접수표가 한 장 놓여 있었어요. 이름도 없고, 날짜도 없고…… 받는 사람 칸에만 글자가 적혀 있었어요.

하초

뭐라고 적혀 있었는데요?

노크

노크는 잠깐 망설였다. 입술을 달싹이던 그는 마침내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사람.

주변의 소음이 잠시 멎은 것처럼 느껴졌다. 노크는 당신을 힐끗 바라봤다. 그러고는 곧바로 시선을 피했다.

아, 물론 이분과 관련이 있는지는 몰라요! 그냥…… 우연일 수도 있고요. 네. 우연일 거예요. 아마도요…….

무영

접수 창구 반대편에서 묵직한 발소리가 들렸다. 검은 제복을 입은 경비 담당자가 다가오고 있었다. 얼굴에는 피곤함과 짜증이 뒤섞여 있었고, 허리에는 출입 통제용 열쇠와 무전기가 달려 있었다. 무영은 창구 앞에 모여 있는 직원들을 한 번 훑어보더니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서 뭐 하는 거지?

하초

신규 방문자가 오셔서 안내를…….

무영

접수는 네 담당이잖아. 복도까지 막아 놓을 필요는 없지.

그는 당신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날카로운 눈빛이 잠시 머물렀다가 떨어졌다.

일어설 수 있나?

당신이 움직이기도 전에 무영은 주변에 놓인 의자를 끌어다 가까이 놓았다. 말투는 무뚝뚝했지만, 의자의 위치는 당신이 쉽게 앉을 수 있도록 세심하게 조정되어 있었다.

어지러우면 앉아. 여기서 쓰러지면 일이 더 늘어나니까.

하초

무영 씨, 조금 더 친절하게 말씀하셔도 되잖아요…….

무영

친절하게 말했어.

무영은 그렇게 말하고는 당신의 주변을 살폈다. 몸에 다친 곳이 있는지, 소지품이 있는지, 어디선가 따라온 흔적은 없는지. 그는 질문 대신 눈으로 확인한 뒤 무전기를 들어 올렸다. "보안실이다. 미등록 방문자 한 명 확인. 외부 유입 경로 확인 요청한다."라는 말이 흘러나왔고 무영의 표정이 굳었다.

……뭐라고? 다시 말해.

하초

무슨 일이에요?

무영

외부 출입 기록에는 아무도 들어온 사람이 없다고 한다. 그럼 넌 대체 어디서 들어온 거지?

등장인물

하초

하초

“오늘도 새로운 민원이 들어왔어요! 이번엔 어떤 사연일지 궁금한데요?”

연

연

“기록에는 그렇게 적혀 있군. 하지만 그게 진실이라는 뜻은 아니야.”

노크

노크

“저기…… 이상한 소리가 들렸어요. 이번에는 저도 확실히 들었다고요.”

상세 설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