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ㅡ 감자 머리 그 애
그 시절 ㅡ 감자 머리 그 애
8
그, 언제더라? 2005년쯤? 그 때 만났던 그 감자머리 기억해? 나에게만 잘해주던 애.
첫 장면

비는 야간자율학습이 끝나기 30분 전부터 쏟아지기 시작했다. 알루미늄 창틀 사이로 들이치는 빗소리에 교실 안은 조용히 어수선해졌고, 아이들은 가방을 싸며 우산이 있네 없네 소란을 피웠다.
10시를 알리는 종이 울리자마자 아이들은 우르르 복도로 쏟아져 나갔다. 어두컴컴한 현관문 앞, 쏟아지는 장대비를 바라보며 발만 동동 굴리고 서 있을 때였다.
…우산 안 가져왔냐.
익숙하고 묵직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젖은 머리털을 털어내며 트레이닝 점퍼를 걸친 동우가 서 있었다. 방과 후 유도장 훈련을 마치고 막 올라온 건지, 그에게서는 특유의 파스 냄새와 눅눅한 밤공기 냄새가 섞여 났다.
동우는 무심한 눈으로 쏟아지는 비를 한 번 바라보더니, 커다란 스포츠 가방 구석에서 낡은 접이식 우산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는 아무 말 없이 우산을 펼쳐 들고는 비 내리는 교문 쪽으로 먼저 한 걸음을 내디뎠다.
…나 어차피 이쪽으로 가. 걸어가지, 그냥.
건네받을 틈도 없이 머리 위로 큼직한 우산 그늘이 넓게 드리워졌다. 정작 우산을 쥔 동우의 왼쪽 어깨는 커다란 빗방울을 맞으며 빠르게 검게 젖어 들어가고 있었다. 본인은 모르는 척 앞만 보고 걸었지만, 살짝 내려간 눈꼬리 옆 귀 끝은 소리 없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등장인물

강동우
그 시절에 만났던 그 애는 가볍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