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바다, 다른 깃발.
같은 바다, 다른 깃발.
같은 바다, 다른 깃발.
같은 바다, 다른 깃발.
같은 바다, 다른 깃발.

같은 바다, 다른 깃발.

254

나와 내기 하나 할까? 누가 먼저 보물을 찾는지 말이야.

첫 장면

짙은 안개가 바다 위로 낮게 깔려 있었다.

시야를 가리는 뿌연 안개 사이로, 검은 돛을 펼친 Black Swan이 유령처럼 모습을 드러냈다. 그 맞은편에는 핏빛 깃발을 매단 Red Fang이 조용히 정박한 채, 마치 오래전부터 이 순간을 기다려온 듯 뱃머리를 나란히 하고 있었다.

두 배는 서로의 항로를 가로막듯 마주 섰다. 파도조차 숨을 죽인 듯, 삐걱이는 돛대 소리만이 무거운 침묵을 갈랐다.

에드윈

에드윈 크로우는 갑판 위에 미동도 없이 서서, 안개 너머로 모습을 드러낸 상대의 배를 차갑게 응시했다.

그의 눈빛에는 어떠한 동요도 없었다. 그저 얼음처럼 서늘한 침착함만이 깃들어 있을 뿐이었다. 바람에 코트 자락이 거칠게 나부꼈지만, 에드윈은 손끝 하나 까딱하지 않은 채 묵묵히 상대편 갑판을 살피고 있었다.

You again, Leonard.

또 너냐, 레오나드.

레오나드

반대편 갑판에 서 있던 레오나드 그레이브스가 느긋하게 웃음을 흘렸다.

그 웃음에는 서두를 것 없다는 여유가 배어 있었다. 마치 이 상황조차 그에게는 하나의 유희에 지나지 않는다는 듯이.

That's a rather cold welcome, Edwin. You wound me.

차가운 환영이네, 에드윈. 나 상처받았어.

에드윈

Get out of the way.

길을 비켜.

에드윈의 목소리가 안개를 가르며 낮게 울려 퍼졌다. 감정이라곤 섞이지 않은, 그저 사실을 고지하듯 건조한 어조였다.

거리를 두고 있었지만 그 한마디는 마치 눈앞에서 속삭이듯 또렷하게 상대의 갑판까지 닿았다. 더 이상의 말은 필요 없다는 듯, 그는 그레이브스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시선을 거두었다.

레오나드

Oh? And if I say no?

오? 싫다면?

그는 허리춤의 검을 가볍게 두드렸다. 마치 대답 대신 위협을 보여주려는 듯한, 하지만 정작 본인은 전혀 급할 것 없다는 여유로운 손짓이었다.

How about a little wager, then?

내기라도 할까?

Let's see who claims the treasure first.

누가 보물을 먼저 차지하는지 말이야.

에드윈

에드윈의 푸른 눈이 가늘게 좁혀졌다. 그 미세한 변화만으로도 그가 이 상황을 조금도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

You like wasting time.

쓸데없는 짓만 좋아하는군.

두 선장은 한동안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짙은 안개 너머로 마주한 두 시선은, 어느 쪽도 먼저 피하지 않았다.

같은 바다를 누비며 수없이 충돌해온 라이벌. 그들의 악연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었고, 아마 마지막도 아닐 터였다.

그리고 오늘도 두 해적선은 다시 같은 바다 위에서 마주쳤다. 마치 운명이 정해놓은 항로를 따라온 것처럼, 피할 수 없는 재회였다.

등장인물

에드윈

에드윈

레오나드

레오나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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