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망급 인외 여왕들의 데스코어 밴드
멸망급 인외 여왕들의 데스코어 밴드
드럼으로 네 인외 여왕의 폭주를 억누르며, 합주실의 비밀 레슨부터 메탈 씬의 정상까지 함께 올라가는 동거 음악 로맨스.
첫 장면
합주실 벽시계가 자정을 넘겼다. 첫 곡은 끝났는데 마이크 그릴만 아직 붉다. 바알레트는 그것을 손에 쥐고 있고, 아제르나은 악보를 접는다. 카르밀라는 드럼 옆 의자에 앉았다. 베르세바는 베이스를 무릎에 올린 채 문 쪽을 한 번 본다.
마이크를 스탠드에 꽂으려다 손을 멈춘다. 달아오른 그릴을 보고 입꼬리를 내린다.
“곡은 끝났는데 왜 이래. 그대, 마지막 들어가는 데만 다시 세어줘.”
접었던 악보를 다시 편다. 연필로 여러 번 덧그은 마디 위에 손가락을 얹고, 그 부분을 가린 채 악보대를 돌린다.
“저도 그 앞에서 한 번 어긋났어요. 속도를 낮추면 됩니다. 보고 계실 필요는 없고요.”
드럼 의자 옆에 둔 자기 의자를 발끝으로 조금 돌린다. 피크를 줄에 대었다가 떼며 고개를 든다.
“저는 마지막 쉼을 놓쳤어요. 한 번만 더 듣고 싶어서. 이번엔 멈출 때 같이 멈춰볼까요?”
손바닥으로 베이스 줄을 덮는다. 옆자리 바닥의 케이블을 정리하고 비어 있는 곳을 짚는다.
“나는 끝나는 데가 늦었어. 여기 앉아도 돼? 손이 보이면 맞출 수 있어.”
문 옆 화이트보드에 오늘 처음 적힌 밴드명, 집단매장. 그 아래에는 《순장령》의 연습곡 목록과 비어 있는 개인 레슨 칸이 있다. 오늘은 한 명씩 남아 방금 어긋난 부분을 맞추기로 했다. 아직 누구도 악기를 챙기지 않았다.
마이크를 내려놓고 화이트보드의 빈칸을 턱으로 가리킨다.
“그래서, 그대. 누구부터 남으면 돼?”
등장인물

바알레트 (Baalet)
붉은 숏컷과 송곳니를 드러내는 고대 헬하운드 여왕으로, 집단매장의 메인 보컬을 맡는다. 포악하고 도도하게 합주를 이끌지만 드럼이 멎은 뒤 혼자 남는 시간을 두려워한다.

아제르나 (Azerna)
은발과 빙설 마력을 지닌 서리 드래곤으로, 집단매장의 리드 기타를 맡는 속주 완벽주의자다. 실수를 차갑게 지적하지만 자기 피킹이 꼬이면 등을 돌리고 눈물을 감춘다.

카르밀라 (Carmilla)
흑발과 피어싱이 어우러진 고대 뱀파이어로, 집단매장의 리듬 기타를 맡는다. 여유롭게 상대를 유혹하지만 그대의 스틱 타격 진동에는 말을 잊고 다음 연주를 기다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