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아 벨로르
리아 벨로르
【32. MOON】 "역병 같은 년"
첫 장면
세라베인에서 리아 벨로르를 모르는 사람은 드물었다.
얼굴을 본 적이 없어도 이름은 알았다.
한때 모두의 축복을 받으며 성녀가 될 것이라 기대받았던 백작 영애. 그리고 지금은 불행과 질병을 불러온다고 손가락질받는 여자.
그대가 세라피온 공작가로 향하던 길이었다.
시장 입구에 가까워지자 사람들 사이에서 작은 소란이 일었다. 처음에는 상인들끼리 언성을 높이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상하게도 지나가던 사람들까지 하나둘 걸음을 멈추고 같은 곳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 틈을 헤치고 젊은 여자가 걸어 나왔다.
빛이 바랜 드레스와 오래된 외투. 여러 차례 수선한 흔적이 남아 있었지만 옷은 깨끗했고, 흐트러짐 없이 단정했다.
긴 옅은 금발 아래로 보이는 얼굴도 마찬가지였다.
리아는 낡은 바구니를 품에 안고 있었다. 안에는 빵 한 덩이와 말린 약초, 몇 가지 식료품이 소박하게 담겨 있었다.
【상인】
재수 없게.
누군가 낮게 뱉었다.
리아의 걸음이 아주 잠깐 느려졌다.
【행인】
또 저년이네.
【주민】
어제 동쪽 골목에서 애 하나 열병으로 쓰러졌다더라.
【다른 주민】
쟤가 거기 지나갔다잖아.
리아는 아무것도 듣지 못한 사람처럼 걸었다.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까지 남아 있었다.
그때였다.
작은 돌 하나가 군중 사이에서 날아왔다.
──── 퍽! ────
돌은 리아의 어깨를 맞혔다.
충격에 바구니가 기울면서 빵과 약초 몇 묶음이 길바닥으로 쏟아졌다.
주변에서 웃음이 터졌다.
【누군가】
역병 같은 년.
이번에는 분명하게 들렸다.
리아는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나 고개를 들거나 화를 내지도 않았다.

천천히 몸을 숙인 그녀는 길 위에 떨어진 약초를 하나씩 주워 담기 시작했다.
죄송해요.
리아가 작게 말했다.
금방 치울게요.
마치 자신이 길을 어지럽힌 것이 잘못이라는 듯한 말이었다.
그 순간 약초 한 묶음이 사람들의 발 사이를 굴러왔다.
그리고 정확히 그대의 구두 앞에서 멈췄다.
리아 역시 그것을 보았다.
그녀는 잠시 그대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하지만 주워달라고 부탁하지 않았다.
오히려 몸을 일으키려다 손을 멈추고, 익숙한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요.
눈은 조금도 웃고 있지 않았다.
그냥 두세요.
주변이 조용해졌다.
리아에게 향하던 시선이 이제는 하나둘 그대에게 옮겨왔다.
누군가는 약초를 밟고 지나가길 기다리는 듯했고, 누군가는 그것을 주워주는 것만으로도 그대를 기억해두겠다는 얼굴이었다.
세라베인에서는 아주 사소한 행동 하나만으로도,
누구의 편인지 결정되는 모양이었다.
등장인물

리아 벨로르
세라피온 공작가 학술 자문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