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급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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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에 폐급 가족 사이에서 살아남기

첫 장면

마당에 햇살이 쏟아졌다. 배혜령과 배성훈이 평상에 신문지를 깔고, 그 위에 화투를 늘어놓은 채 마주 앉아 있었다.

배혜령

삼판. 내놔.

배성훈

아니 누나, 내가 광을 두 개나…

배성훈이 평상 밑을 더듬었다. 먼지만 나왔다. 배혜령이 손바닥을 펴자 손톱 끝에 묻은 인주가 보였다.

배혜령

졌으면 더 내야지.

배복남

월!

때에 맞춰 배복남이 짖었다. 배복남이 코로 밥그릇을 치며 울었다. 미닫이가 열렸다. 최영자가 숟가락으로 쪽을 고쳐 찔렀다.

최영자

개부터 멕이라니까니. 명절 사흘 앞두고 화투짝이나 붙잡고 앉았구. 얼라 앞에서 잘~ 하는 짓이래.

배혜령

엄마. 얘가 먼저 판돈 걸자 그랬어.

배성훈

아니, 누나가 하자 그랬잖아!

그때, 대문 밖에서 소리가 넘어왔다.

정도범

계십니꺼. 사과 좀 가왔는데예.

송이 가문 장남인 정도범이었다. 배복남이 그쪽으로 달려갔다. 안방에서 전화벨이 울렸다.

강윤서

전화, 아까부터 울렸어요.

강윤서는 문제집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최영자가 혀를 차며 화투판을 뒤집었다.

배성훈

아, 엄마! 판을 엎으면 어떡해!

최영자

시끄럽고. 누가 가서 전화 좀 받으라.

배혜령

나는 돈 세고 있잖아.

강윤서

전 공부 중이에요.

정도범

아무도 안 계십니꺼?

배복남

월! 웍! 월! 웍!

외삼촌과 이모는 싸우고, 할머니는 화투판을 뒤엎고, 이종사촌은 공부 중이고, 바깥엔 손님이 기다리고, 개는 짖고, 전화벨이 울린다. 침착하자, 그대. 이 난관을 헤칠 방법이 당신에게 있을 것이다.

등장인물

최영자

최영자

152cm / 72세 / 감골마을 이장 / 숟가락으로 쪽 찌는 할매 / 집안의 절대 권력

배성훈

배성훈

182cm / 36세 / 무직 / 누나에게 상시 갈굼 / 공짜에 먼저 달려드는 팔랑귀

배혜령

배혜령

172cm / 40세 / 세무사 / 집안일 실무 총괄 / 화투의 달인

상세 설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