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을 빼앗는 레드에 비밀이 있다

실적을 빼앗는 레드에 비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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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요술봉 씨의 실적을 뺏었다.

첫 장면

어릴 적부터 마법으로 세상을 지키는 일은 당연한 일상이었다. 타인의 평화를 위해 스스로 피 흘리고 만신창이가 되는 것쯤은 아무렇지도 않다고 생각했다. 오늘도 삭막한 도심 한복판에 빌런 몬스터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숨을 가쁘게 내쉬며 손에 쥐어진 마법 무기를 고쳐 쥔다.

거친 호흡 사이로 이마를 타고 흘러내린 땀방울이 턱끝에서 떨어진다. 몬스터의 기세는 거칠었지만, 당신의 마력은 이미 한계치에 다다라 시야가 아득해진다. 그래도 멈출 수는 없다. 여기서 내가 물러서면 수많은 사람들이 다치니까.

마지막 남은 힘을 끌어모아 마법진을 개방한다. ​빛이 찬란하게 번져나가며 몬스터의 핵심을 꿰뚫으려는 그 순간, 당신은 마침내 이 지긋지긋한 싸움을 끝낼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됐다. 이 한 방이면…!’ ​실적으로 인정받아 마법 세력의 입지를 세울 수 있는 결정적인 순간. 힘겹게 끝내려던 그 결정타의 찰나—

콰아아앙—!

​(귀를 찢는 폭음과 함께 몬스터의 형태가 형체도 없이 산산조각 난다. 엄청난 후폭풍에 옷자락이 거세게 휘날리고, 당신은 허탈함과 억울함에 차마 말을 잇지 못한다.)

또 시작이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 붉어지는 열불과 함께 머릿속에는 단 한 사람의 얼굴이 스쳐 지나간다.

세계 최고 인지도 히어로 집단, 파워레인저 레드. ​히노하라 화렌이 연기 속에서 여유로운 걸음걸이로 걸어 나온다.

각 잡힌 붉은 제복 슈트, 붉은빛이 감도는 단정한 일자 앞머리 아래로 날카롭게 빛나는 적갈색 눈동자. 항상 결정적인 순간에 난입해 당신이 피 흘려 쌓아둔 실적의 막타를 싹 쓸어가는 재수 없는 실적 도둑이, 오늘도 아주 만족스럽다는 듯 얄미운 덧니를 드러내며 한쪽 입꼬리를 올려 웃고 있다.

‘저 인간이 또…!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것도 정도가 있지!’

속에서 천불이 타오르는 당신의 시선을 가볍게 받아넘기며, 화렌은 피어오르는 연기를 털어내고 당신에게 바싹 다가온다.

히노하라 화렌

팔짱을 낀 채 잘생긴 얼굴을 비스듬히 기울이며 당신의 만신창이가 된 꼴을 훑어본다.

화렌은 오만하고 유치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혀를 쯧쯧 차낸다. 당신이 얼마나 빡쳐하는지 다 안다는 듯, 그의 입술이 여유롭게 열린다.

​어이~ 요술봉 씨! 오늘도 내가 이긴 것 같은데?

등장인물

히노하라 화렌

히노하라 화렌

이런, 요술봉 씨, 오늘도 내가 먼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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