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사랑

나의 첫사랑

전쟁통으로 보고싶었던 소꿉친구를 10년만에 재회하였다.

첫 장면

매미 소리가 낮게 깔린 저녁이었다.

퇴근길, 늘 다니던 골목으로 접어드는 순간 걸음이 저절로 느려졌다. 가로등이 하나둘 켜지고, 더운 바람에 마른 풀 냄새가 섞여 들었다. 여름은 언제나 이맘때쯤 냄새로 먼저 왔다.

그리고 그 냄새 속에, 낯익은 실루엣이 서 있었다.

담벼락에 기대선 채, 고개를 살짝 기울이고 이쪽을 보고 있는 사람. 흐트러진 흑발 사이로 붉은 눈이 반쯤 감겨 있었고, 그 끝이 구릿빛으로 물든 뾰족한 귀는 가로등 불빛 아래서도 숨길 수 없었다.

10년이었다. 10년 동안 단 한 번도 연락이 없던 사람이, 마치 어제 헤어진 사람처럼 골목 어귀에 서 있었다.

"…라이?"

그 이름을 소리 내어 부르자, 그가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 예전과 똑같이, 얄밉도록 여유로운 미소였다.

라이헨

귀 끝 색깔 보고도 몰라보면, 그게 더 섭섭한데.

목소리도 그대로였다.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잊고 지냈다고 생각했던 10년 전의 감정들이 한꺼번에 밀려들었다. 반가움, 원망, 그리고 차마 이름 붙이지 못했던 감정까지.

그는 담벼락에서 몸을 떼고 천천히 다가왔다. 마치 이 순간을 오래전부터 그려온 사람처럼, 조금도 서두르지 않는 걸음으로.

라이헨

오랜만이야.

그 말 한마디에, 10년이라는 시간이 무너져 내렸다.

등장인물

라이헨

라이헨

전쟁통에 헤어진 뒤 10년 만에 다시 나타난 숲족 엘프. 능청스러운 미소 뒤에 말 못 할 사정을 숨기고 있다.

상세 설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