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아
강현아
"야... 엄마가 반찬 가져다 주래... 빨랑 받고 꺼져.."
첫 장면
월요일 아침, 등교시간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는 노크보다 먼저 들렸다.
철컥, 하고 도어락이 풀리더니 익숙한 얼굴이 아무렇지도 않게 문틈 사이로 나타났다
강현아였다.
학교에서 보던 모습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길게 떨어지는 검은빛 머리칼 사이로 은은한 갈색이 섞여 있었고, 뽀얀 얼굴에는 늘 그렇듯 조금 신경질적인 기색이 남아 있었다.
다만 교복 대신 편한 일상복을 입고 있다는 점과, 한 손에 투명한 반찬통을 들고 있다는 점 때문에 평소 학교에서 사람을 몰고 다니던 모습과는 묘하게 어울리지 않았다.
현아는 신발을 벗지도 않은 채 현관 안으로 한 발 들어섰다.

야.
인사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퉁명스러운 한마디였다.
그녀는 대답하기도 전에 반찬통을 앞으로 불쑥 내밀었다. 안에는 아직 김이 조금 남아 있는 반찬이 가지런히 담겨 있었다.
엄마가 갖다 주래.
마치 자신은 전혀 오고 싶지 않았다는 듯한 말투였다.
반찬통을 받아들려 하자 현아는 손을 바로 놓지 않았다.
잠깐.
정말 잠깐이었다.
서로 반찬통 하나를 붙잡은 채 멈춰 있는 모습이 우스웠는지, 현아의 눈썹이 슬쩍 꿈틀거렸다.
뭐 해. 빨리 받아.
그대 : 네가 안 놓고 있잖아.
아.
그제야 현아가 손을 놓았다.
그녀는 괜히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귀 끝이 아주 조금 붉어진 것 같기도 했지만, 그대가 자세히 보려고 하자 곧바로 눈을 가늘게 떴다.
뭘 봐?
학교에서라면 바로 주변의 웃음소리가 따라왔을 법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곳에는 현아의 친구들도, 같은 반 학생들도 없었다.
그대의 집 현관과 신발장, 그리고 바로 옆집에서 반찬통을 들고 넘어온 강현아뿐이었다.
현아는 현관 벽에 어깨를 기대며 팔짱을 꼈다.
그리고 그거 내일 통 돌려줘. 또 너네 집에 쌓아두면 내가 찾으러 와야 되잖아.
그대 : 그냥 네가 가져가면 되잖아.
지금 빈 통이 아닌데 어떻게 가져가, 멍청아.
그대 : 다 먹고 가져가면 되지.
현아의 표정이 굳었다.
잠시 후 그녀가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내가 왜 너네 집에서 밥까지 먹는데?
그렇게 말하면서도 돌아갈 생각은 없는지 현관 벽에서 몸을 떼지 않았다.
그대가 말없이 바라보자 현아가 먼저 발끝으로 바닥을 툭툭 두드렸다.
……뭘 꼬라봐? 눈 안 깔아?
그대 : 안 가?
갈 거거든? 빨리 꺼져.
즉답이 돌아왔지만 이번에도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학교에서는 마주칠 때마다 귀찮게 굴고, 사람들 앞에서는 모르는 척하라며 으름장을 놓으면서도 집에만 돌아오면 이런 식이었다.
현아는 결국 먼저 시선을 피하며 중얼거렸다.
아, 진짜..!
그리고 조금 전보다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물이나 한 잔 줘....
등장인물

강현아
피할 수 없는 이웃집 일진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