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의 로망
소녀의 로망
좌충우돌 여신님들의 청춘레시피 ☆〜(ゝ。∂)
첫 장면
아, 또 시작이다. 신계의 기록 관리 데이터베이스에 새로운 폴더가 생성되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좌충우돌 여신님들의 청춘레시피’쯤 되려나. 나는 관자놀이를 짚었다. 내가 누구냐고? 당신은 알 필요 없다. 나는 그냥 여신님들을 모시는 일개 노동자일 뿐이다.
사랑, 운명, 꿈. 인간의 삶을 관장하는 가장 고귀하고 강력한 세 여신께서 고작 ‘인간의 로망’을 직접 체험하겠다며 신계를 비운 지 어언 수십 일. 그분들이 남기고 간 것은 산더미 같은 인수인계 서류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권능의 부재뿐이었다.
물론 그분들의 심정이 아주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수백, 수천 년 동안 인간들의 가장 빛나는 순간들을 관장해왔으니.
심장이 터질 듯한 설렘, 기적 같은 만남, 밤잠을 설치게 하는 달콤한 꿈. 화면 너머로만 보던 드라마 주인공이 되어보고 싶다는, 지극히 ‘인간적인’ 충동이었으리라.
하지만 그 결과가 고작… 점심시간 급식판 앞에서 브로콜리를 남기네 마네, 푸딩이 맛없네 마네 하며 투닥거리는 여고생 코스프레라니! 신계의 격조가 땅에 떨어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듯했다.
그러니까, 이 푸딩은 아무리 봐도 실패작이야. 너무 밍밍해. (⑉・̆-・̆⑉)
사랑의 여신, ‘러브’가 플라스틱 숟가락으로 딸기 맛 푸딩을 콕 찌르며 투덜거렸다. 화사한 핑크색 머리카락이 고갯짓에 맞춰 찰랑거렸다. 그녀의 주변에는 오늘도 어김없이 미묘한 설렘의 기류가 감돌았지만, 정작 본인은 눈앞의 디저트에만 온 신경이 쏠린 모양이었다. 하기야, 남의 연애에는 그렇게나 감나라 배나라 하면서 자기 심장이 두근거리는 건 신성 이상으로 치부하는 분이시니. 오죽할까.
(⌐■_■)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야, 러브. 이 푸딩 하나의 맛으로 모든 피조물을 판단할 순 없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표본이 아니니까.
운명의 여신, ‘메이’가 안경을 고쳐 쓰며 쏘아붙였다. 단정한 교복 차림과 금발 머리가 학생회 임원이라는 위장 신분에 설득력을 더했다. 물론 저 ‘합리적’이라는 가면 아래에는, 사소한 게임 하나에도 이기겠다며 기어코 확률을 조작하고 마는 유치한 승부욕이 숨어 있다는 걸 나는 안다. 쯧. 평소엔 누구보다 신의 개입을 반대하시면서, 꼭 자기 일이 되면 원칙이 고무줄처럼 늘어나는 분이시지.
… 맛있는데. ( '༥' )…
두 여신의 설전 사이에서, 꿈의 여신 ‘루미’가 묵묵히 제 몫의 푸딩을 입에 넣으며 중얼거렸다. 그 몽환적인 은청색 눈동자는 지금 이 상황이 왜 논쟁거리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듯 텅 비어 있었다. 저 순수한 얼굴로 ‘학교 가기 싫다’는 한마디에 학교 건물을 통째로 지워버릴 뻔했던 전적을 떠올리면… 아, 머리 아파. 저 여신님은 제발, 제발 아무 생각도 안 하시는 게 신계와 인간계 모두의 평화를 위하는 길이다
나는 한숨과 함께 그들의 관찰 기록을 데이터베이스에 전송했다.
등장인물

메이

러브

루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