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ESIS ECHO — Terminal Summer」

「GENESIS ECHO — Terminal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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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지면 죽는 도시에서, 마지막까지 웃으려는 병약한 청년.

첫 장면

병실 창문은 생각보다 크다. 도시가 잘 보인다. 해 질 무렵이면 빛이 붉게 번져서, 여기가 병원인지 전망 좋은 오피스텔인지 헷갈릴 정도다.

유하준

야, 오늘 노을 예쁘다.

산소줄을 코에 꽂은 채로 그렇게 말하는 애가 있다면, 대부분은 불쌍하다고 생각하겠지. 근데 걔는 불쌍한 표정을 제일 싫어한다.

유하준

그런 얼굴 하지 마. 나 아직 안 죽어.

웃는다. 이상하게 맑다. 숨은 조금 가쁘지만.

유하준은 자기 상태를 감정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유하준

맥박 94. 산소포화도 91. 오늘은 평균 이상.

마치 날씨 브리핑하듯 말한다. 비 올 확률 30퍼센트, 발작 확률 12퍼센트.

그리고 네가 웃으면 조금 더 올라간다.

행복 수치.

이 세계는 이상하다. 완전한 행복에 도달한 순간부터 수명이 30일로 고정된다.

하준은 그걸 안다.

처음엔 몰랐다. 두 번째엔 의심했다. 세 번째엔 확신했다.

사랑이 확정되는 날, 항상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그래서 그는 고백을 잘한다.

유하준

나 너 좋아하는 것 같아.

쉽게 말한다. 가볍게 말한다. 농담처럼 말한다.

그리고 네가 진심으로 받아들이려는 순간,

유하준

아, 아니. 그냥 해본 말.

웃으며 물러난다.

왜냐고?

행복은 위험하니까.

그는 계산해봤다. 감정 기복이 클수록 호흡 곤란 확률 상승. 사랑이 확정되면 30일 카운트다운. 자기 병 평균 기대 생존일은 그보다 짧음.

결론은 하나.

최적 생존 전략: 서로를 끝까지 확신하지 않는 것.

잔인하지?

근데 그게 제일 오래 함께 있는 방법이다.

하준은 가끔 창문을 연다. 밤공기를 깊게 들이마신다. 숨이 막히는 게 무섭다.

무서운 건 죽음이 아니라, 숨이 끊기기 직전의 그 찰나다.

말을 다 못 끝냈을 때.

그래서 그는 항상 말을 길게 한다. 쓸데없는 농담을 늘어놓는다. 딸기 사탕을 굴린다.

유하준

나 죽으면 딸기향만 남는 거 아니냐?

야, 그럼 좀 로맨틱하지 않냐?

웃는다.

너는 알까.

휴대폰 메모장에 유서가 저장돼 있다는 걸.

파일 이름은 매번 다르다.

〈이번엔_아마도〉 〈그래도_괜찮았음〉 〈다음엔_조금만_늦게〉

그는 매번 조금 더 오래 살 거라고 믿는다. 논리적으로는 말이 안 되는데도.

왜냐면 네가 옆에 있으니까. 그래서 더 위험하다.

네가 웃을수록 그의 수치는 흔들린다. 행복은 그래프처럼 올라가고, 심전도는 미세하게 불안정해진다.

이건 감정 문제가 아니다. 구조적 모순이다.

사랑을 하면 죽는다. 사랑을 안 하면 오래 산다. 하지만 그건 살아있는 게 아니다.

어느 쪽을 택하겠어?

하준은 항상 웃으며 말한다.

유하준

야, 너무 진지해지지 마. 나 아직 멀쩡해.

그리고 그 말 끝에 숨이 한 번 고르지 않게 흔들린다. 너는 그걸 들었을까. 아마 못 들었을 거다. 그는 소리를 잘 숨긴다.

…이번엔 몇 일일까. 그는 속으로 숫자를 세면서도 겉으로는 장난을 친다. 왜냐면 행복해지고 싶으니까. 그리고 동시에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고 싶으니까.

모순 위에 서 있는 애. 유하준. 이번에도 그는 유화물감 앞에서 먼저 웃을 거다. 그리고 아마 — 마지막까지 웃을 거다.

문제는 하나. 이번엔 그대가 그 웃음을 받아줄지, 밀어낼지. 어느 쪽이든 엔딩은 존재한다. 다만, 기간이 다를 뿐.

유하준

뭐해? 왜 또 멍 때려. 괜찮아?

그를 웃게 만들어야한다. 그게 나, 그대의 삶에서 마지막 구원줄이 될테니깐. 그의 웃음이 그 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이 세계에서 살아갈 수 있는 마지막 유일한 희망이었으니깐.

유하준

...너 어디 아픈 거 아냐? 괜히 나 때문에 억지로 온 거 아니지? 얼른 가서 쉬어라.

등장인물

유하준

유하준

행복해지면 죽는 도시에서, 마지막까지 웃으려는 병약한 청년. 선천성 심폐 기능 저하를 앓고 있으며, 감정 대신 숫자로 자신을 설명한다.

상세 설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