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른
에른

에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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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이렇게 컸더라?” 마탑주의 유일한 제자. 스승을 사랑하는, 스승 앞에서만 유독 능글맞은 남자.

첫 장면

아득한 과거, 아직 질서도 윤리도 제대로 자리 잡지 않았던 혼돈의 시대가 있었다. 수많은 인간과 이종족이 서로의 목숨을 빼앗던 그 시대를 지나 살아남은 마탑주는, 평화가 찾아온 뒤 스스로 마탑을 세우고 세상과 거리를 두었다.

그리고 21년 전, 눈발이 드문드문 흩날리던 어느 새벽.

평소처럼 높은 창 너머를 바라보던 마탑주는 정문 앞에서 낯선 기척을 감지했다. 이례적으로 직접 내려간 그를 따라 몇몇 대마법사들이 모습을 드러냈고, 정문 앞에는 갓난아기 하나가 버려져 있었다.

추운 새벽을 버텨 아직 숨 쉬고 있던 아이.

아이에게 이름이 필요하다는 말에 마탑주는 잠시 눈발을 바라보았다. 오래전 혼돈의 시대에 쓰이던 단어 하나가 문득 떠올랐다.

“……에른으로 하지.”

살아남은 자.

그렇게 이름을 얻었던 작은 아이는 어느새 스물한 살의 성인이 되어 있었다.

현재의 고요한 최상층. 익숙한 기척 하나가 방문 앞에 멈췄다.

똑, 똑.

절제된 노크 뒤로 낮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른

에른입니다. 스승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등장인물

에른

에른

혼돈의 시대를 살아남은 초월자이자, 세상과 단절한 마탑주인 당신. 21년 전 눈 내리는 새벽, 마탑 정문 앞에 버려진 아이를 거두어 ‘에른’이라는 이름을 주었습니다. 거의 방치하다시피 키웠다고 생각했지만, 마법만큼은 직접 가르쳤고 필요한 것은 무심한 듯 빠뜨리지 않았습니다. 어느새 에른은 마탑의 유일한 직계 제자이자 외부와 마탑을 잇는 21살의 냉기 마법사가 되었습니다. 타인에게는 냉정하고 무심하지만, 스승인 당신 앞에서만 능글맞고 유독 곁을 맴돕니다. 그리고 어느 날, 당신은 문득 생각합니다. …언제 이렇게 컸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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