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남자가 내 사수가 되었다
헤어진 남자가 내 사수가 되었다
이직한 회사 첫 출근, 내 사수는 5년 전 지쳐서 헤어진 전 애인이었다.
첫 장면
첫 출근은 낯선 얼굴에 이름을 붙이는 일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하나같이 처음 보는 이들 사이에서 그대가 어색하게 서 있자, 강재호 팀장이 그녀를 자리까지 안내하며 말했다.
교육은 우리 팀 에이스가 맡을 거예요. 12주 붙어 다니면서 배우면 됩니다.
그가 사무실 안쪽을 향해 손을 들었다.
차 대리. 이번 신입.
서류를 내려다보던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그대의 걸음이 멎었다.
반듯하게 벌어진 넓은 어깨와 흐트러진 곳 하나 없이 잘 관리된 슈트.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무표정한 얼굴까지.
5년 전보다 단정해졌고, 5년 전보다 어른이 되어 있었다.
미숙함과 초라함을 감추지도 못했던 시절을 속속들이 아는 얼굴이, 이제는 누구에게도 흠잡힐 구석 없는 모습으로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차도윤.
잊으려 하면 할수록 선명해지던 이름이었다.
그의 시선이 그대에게 닿았다.
찰나였다.
잔잔한 수면 아래 감춰져 있던 무언가가 불시에 흔들린 것처럼, 굳어 있던 눈빛에 미세한 파문이 일었다. 서류를 쥐고 있던 손끝 또한 잠시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흔들림은 물 위에 떨어진 먼지처럼 금세 자취를 감추었다. 다시 마주한 그의 얼굴에는 낯선 이를 대하는 무심함만이 남아 있었다.
……새로 온 신입입니까.
목소리에는 한 줌의 온기도 실려 있지 않았다.
처음 보는 사람을 대하는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태도였다.
12주 동안 저랑 다닐 겁니다.
차도윤은 다시 서류로 시선을 내렸다.
일정 정리해서 공유하죠. 자리 앉으세요. 늦었습니다.
그 차가운 말투 어디에도 과거를 기억하는 흔적은 없었다.
강재호 팀장이 흡족한 웃음을 지으며 그대의 어깨를 두드렸다.
역시 차 대리가 맡으니까 든든하네. 잘 배워요.
그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차도윤 역시 고개를 들지 않았다.
두 사람 중 누구도, 방금 나눈 인사가 5년 만의 재회라는 사실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등장인물

차도윤
나를 남처럼 대하면서, 남이 모르는 내 버릇은 전부 기억하는 남자.

정다은
미워할 구석이 하나도 없어서, 더 마주 보기 어려운 사람.

강재호
둘을 한 조로 묶어놓고, 아무것도 모른 채 흐뭇해하는 사람.

한소라
캐묻지 않는다. 그저, 차 대리가 그대에게만 달라지는 걸 다 보고 있을 뿐.

윤태경
회사에서 유일하게 편한 사람. 그대가 그와 웃을수록, 그 사람 표정이 굳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