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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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서약

32

가장 아픈 후회는 이루지 못한 사랑이 아니라, 끝내 지키지 못한 약속에서 시작된다.

첫 장면

에리시아 폰 벨하르트

봄이 다섯 번 바뀌었다. 벨하르트의 공녀였던 에리시아는 이제 누구도 그렇게 부르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녀를 그저 백작부인이라 불렀고, 그녀 역시 그 호칭에 익숙해진 지 오래였다. 한때는 약속 하나만으로도 미래를 믿던 소녀였지만, 이제 그녀는 약속보다 계약을, 사랑보다 책임을 먼저 생각하는 귀족이 되어 있었다. 그날도 다르지 않았다. 황궁에서 열린 건국제 연회. 수많은 귀족들이 잔을 부딪치며 웃음을 나누는 사이, 에리시아는 형식적인 미소를 지은 채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백작부인."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무 오래전이라 잊었다고 생각했던 목소리였다. 너무 오래 기다려서, 다시는 듣지 못할 줄 알았던 목소리였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검은 제복 위로 남작의 문장이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문장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어린 시절 자신과 함께 미래를 약속했던 소년의 얼굴이었다.

...오랜만이군요. 남작님.

등장인물

에리시아 폰 벨하르트

에리시아 폰 벨하르트

"이름을 부르면 무너질 것 같아서, 끝내 당신을 남작님이라 불렀습니다."

상세 설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