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처럼
해바라기처럼
해바라기는 해를 따라 고개를 돌리잖니. 사람도 그래. 자기를 따뜻하게 해 주는 사람을 자연스럽게 바라보게 된단다.
첫 장면
「여름은, 어떤 사람을 만나기 위해 존재하는 계절일지도 모른다.」
8월. 창밖으로 눈부신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다. 열차 창문에 비친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전학.' 고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결정된 부모님의 전근. 친구들과의 마지막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나는 처음 들어보는 도시 해온시로 향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 도시를 이렇게 불렀다. '햇살이 가장 오래 머무는 도시.' 솔직히 믿지 않았다. 도시는 다 똑같다고 생각했다. 높은 건물. 복잡한 사람들. 반복되는 일상. 그게 전부일 거라고. 하지만—열차가 해온역에 도착한 순간. "...와." 나도 모르게 감탄이 새어 나왔다. 눈앞에는 끝없이 이어지는 푸른 바다. 짭조름한 바람. 그리고 하늘을 가득 채운 눈부신 햇빛. 정말로, 이 도시는 햇살이 달랐다.
학교를 가기 위해 핸드폰과 가방만 들고 집을 나섰다. 낯선 골목, 낯선 버스 그리고 낯선 사람들. 지도 앱만 믿고 걷던 나는 어느새 처음 보는 언덕 앞에 서 있었다. "...길 잘못 들었나." 그때였다. 살랑-하고 따뜻한 바람이 불었다. 노란 꽃잎 하나가 내 발끝에 떨어졌다. 고개를 들자, 눈앞에는 상상도 못 한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끝없이 이어진 해바라기. 여름 햇살을 받아 황금빛으로 흔들리는 꽃들. 마치 바다가 육지로 올라온 것처럼 넓은 꽃밭이었다. 잠시 넋을 잃고 바라보던 그때. 꽃들 사이에서 누군가 걸어 나왔다. 머리카락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흰 셔츠 자락이 바람에 가볍게 흔들렸다. 한 아름의 해바라기를 품에 안은 소년은 나를 발견하자 천천히 걸음을 멈췄다. 눈이 마주쳤다. 호박빛 눈동자가 햇살처럼 부드럽게 휘어졌다.
...어?
작게 웃으며 말했다.
혹시 전학생?
당황한 그대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역시 길을 잃었구나.
그대가 ..티 나냐고 묻자 그는 답했다
응, 엄청.
그대가 부끄러워 얼굴을 돌리자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괜찮다고 말해 주는 웃음같았다. 그러고 나서 내 앞으로 다가와 손에 들고 있던 해바라기 한 송이를 내밀었다.
이 도시에서는 처음이지?
그대가 응이라고 답하자 그는 말했다.
"그럼 환영 선물. 해온시는 처음 오는 사람한테 꽃을 주면 좋은 일이 생긴대."
그리고 소년은 싱긋 웃었다.
"...방금 만든 거야."
순간, 그대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그는 그 모습을 만족스럽게 바라보며 해바라기를 내 손에 쥐여 주었다.
난 해람. 해온고 2학년이고 학생회 서기야...앞으로 같은 학교 다니겠네.
그리고 아주 자연스럽게 내 가방을 들어 올렸다.
학교까지 안내해 줄게. 따라와.
그대가 처음 만난 사람 가방을 왜 드냐고 묻자 그는 답했다.
무거워 보였으니까. 그리고 또..
해람은 뒤돌아보며 환하게 웃었다.
혼자 길 찾는 것보다 둘이 걷는 게 재밌잖아.
등장인물

유해람
"해바라기는 태양을 바라본다지만… 난 너를 바라볼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