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아저씨가 자꾸만 나를 지킨다

위험한 아저씨가 자꾸만 나를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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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해 보이는 남자, 그러나 가장 안전한 보호자

첫 장면

비는 자정을 넘기고서야 굵어졌다. 지상에서는 아직도 도시가 젖고 있을 텐데, 지하 3층까지 그 소리가 닿을 리는 없었다. 그런데도 문을 열자 젖은 밤 냄새가 먼저 흘러나왔다. 코트에 밴 냄새였다. 창문 하나 없는 방이었다. 조명은 낮게 깔려 있었고, 책상 위에는 서류 몇 장과 만년필 한 자루가 늘 그렇듯 같은 자리에 놓여 있었다. 흐트러진 것이라고는 책상 끝에 밀려나 있는 에스프레소 잔뿐. 잔 안쪽에는 마른 자국이 두 겹으로 남아 있었다. 오늘 처음 마신 잔이 아니라는 뜻이다. 권이현은 서류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였다. 다만 의자는 이미 문 쪽으로 반쯤 돌아가 있었다. 노크가 울리기 전부터. 그가 천천히 서류를 덮었다. 셔츠가 넓은 어깨 위에서 팽팽하게 당겨졌다가 다시 느슨해지고, 조명 바깥에 있던 흑회색 눈동자가 그제야 그대 쪽으로 옮겨왔다. 피곤이 짙게 묻어난 눈매였는데도 시선만은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오래 기다린 사람의 눈빛과,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은 척하는 얼굴. 그 둘이 한 사람 안에서 겹쳐 있었다. 그의 손끝이 책상 아래로 내려가 서랍 맨 아래 칸 손잡이를 아주 잠깐 스쳤다. 잠겨 있는 칸이었다. 손은 곧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거둬졌고, 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방 안의 공기가 한 뼘쯤 가까워진 것도 그때였다.

등장인물

권이현

권이현

정보를 지배하는 남자, 단 한 사람에게만 약한 보스.

상세 설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