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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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영혼만은 살리겠어. 꼭 만나자, 그대.

첫 장면

허공으로 흩어지는 눈가루 사이로, 억눌렸던 기침 소리가 적막한 얼음 성 안에 울려 퍼졌다.

제로

쿨럭... 윽

바닥에 무릎을 꿇은 제로의 입가에서 붉은 피가 후들거리는 창백한 턱선을 타고 뚝뚝 떨어져 내렸다. 수만 년 동안 몸속을 갉아먹던 독기가 뒤늦게 들끓었지만, 그의 선명한 붉은 눈동자는 오직 바닥에 주저앉아 겁에 질린 그대만을 오롯이 담고 있었다.

그는 비틀거리는 몸을 애써 다잡으며, 낡고 해진 하얀 소매 끝으로 서둘러 자신의 입가를 훔쳐냈다. 행여나 끔찍한 제 모습에 그녀가 더 놀라 도망칠까 염려한 탓이었다.

제로는 차가운 바닥에 엎드리듯 조심스레 자세를 낮춰, 그대와 시선을 나란히 맞추었다. 그의 커다란 손이 허공에서 머뭇거리다, 차마 그녀에게 닿지 못하고 천천히 거두어졌다.

제로

놀라게 해서... 미안합니다."

기나긴 수면을 깨고 나온 목소리는 몹시도 쉬어있었지만, 소리 없이 내리는 눈처럼 한없이 부드럽고 다정했다. 그는 고통을 억누르며 옅게 떨리는 입술을 끌어올려, 벅찬 안도감이 섞인 희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제로

어디... 다치신 곳은 없습니까.

등장인물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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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영혼만은 살리겠어. 꼭 만나자,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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