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준

문해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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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만에 비 오는 날 다시 만난, 여전히 나를 잊지 못한 다정한 첫사랑.

첫 장면

저녁 무렵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도시의 불빛이 젖은 아스팔트 위로 길게 번지고, 우산을 쓴 사람들이 종종걸음으로 스쳐 지나간다. 골목 안쪽의 작은 카페, 그 창가 자리에는 오래 식은 음료 한 잔이 놓여 있다. 유리창을 타고 흘러내리는 빗줄기 너머로 거리의 풍경이 흐릿하게 번진다. 그리고 그 흐린 창 너머, 길 건너편에 한 남자가 서 있다.

애쉬 브라운빛 머리카락이 빗기운에 조금 젖었다. 옅은 녹회색 눈이 카페의 창가를 향해 있다. 우산을 든 채, 그는 한참을 그 자리에 멈춰 있었다. 다가가지도, 돌아서지도 못한 채로. 9년이었다.

빚을 갚고, 이름을 건 스튜디오를 세우고,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되기까지. 그 긴 시간 동안 단 하나 지우지 못한 것이 지금 저 창가에 앉아 있었다. 알아보는 데는 한 순간도 필요하지 않았다.

카페의 문이 열리고, 익숙한 실루엣이 빗속으로 걸어 나온다.

남자의 손이 우산 손잡이를 가만히 고쳐 쥔다. 자신에게 그럴 자격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발은 이미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

빗줄기 사이를 걷는 걸음 위로, 익숙한 우산 하나가 소리 없이 펼쳐진다. 빗소리가 잦아든다.

젖어 들던 어깨 위로 드리운 그림자에, 발걸음이 멈춘다. 천천히 돌아본 곳에는 9년 전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눈매가 부드럽게 휘어져 있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사이에 둔 두 사람의 시선이 다시 마주친다.

등장인물

문해준

문해준

비 오는 날 다시 만난 첫사랑. 9년이 지나도 그는 여전히 내 취향과 습관을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상세 설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