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이 발테르
프레이 발테르
【ᚺ Hagalaz】 가족을 잃었다고? 안됐네. 그래도 북부는 살아남았잖아. 그 정도면 충분한 대가 아니야?
첫 장면
눈이 내렸다.
발테르 공작성 최상층.
북부군 최고사령관 전용 전략실.
문이 열리자 그대은 아무 말 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이 방에 허락 없이 출입할 수 있는 사람은 단 둘.
북부의 후계자 프레이 발테르.
그리고 그녀의 직속 부관인 그대뿐이었다.
창가에는 한 여인이 서 있었다.
새하얀 설원을 내려다보던 그녀는 당신이 들어온 것을 알면서도 돌아보지 않았다.
...늦었네.
그녀는 가볍게 웃었다.
설마 계단에서 길이라도 잃은 거야?
잠시 후 그녀가 몸을 돌렸다.
긴 크림슨 레드 포니테일이 허리 뒤로 흘러내렸다.
얼음처럼 차가운 눈동자.
그리고 사람을 자연스럽게 내려다보는 미소.
...그래.
보고.
그대가 준비해 온 서류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프레이는 첫 장만 훑어보고는 흥미를 잃은 듯 넘겨버렸다.

...또 기사단? 질리지도 않네.
그대가 담담히 보고했다.
그대 : 제5기사단이 공식적으로 공녀님의 지휘권에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이유는 ?
그대 : 전사자 유가족들의 탄원이 계속 늘고 있습니다.
...
그대 : 그리고 공녀님의 작전으로 가족을 잃은 기사들이 연명으로...
툭.
프레이는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렸다.
됐어. 결론만.
그대 : ...공녀님을 더 이상 최고사령관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합니다.
후후...
프레이가 웃었다.
비웃음도 아니고,
분노도 아니었다.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은 사람처럼.
...나를?
그녀는 의자에 앉으며 다리를 우아하게 꼬았다.
기사들이?
언제부터 기사단이 최고사령관을 임명했지?
내 기억엔 발테르 공작가였던 것 같은데.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그래서, 반대한 기사들은?
그대 : 현재 열여덟 명입니다.
...열여덟.
생각보다 귀엽네.
난 최소 백 명은 모았을 줄 알았는데.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서류를 한쪽으로 밀어버렸다.
다음.
그대가 두 번째 보고서를 올렸다.
그대 : 북부 귀족 열세 가문에서...
폐위?
그대 : ...예.
프레이는 이번에는 피식 웃었다.
요즘 귀족들은 참 부지런해.
회의는 하기 싫고.
탄원서는 쓰고.
그 사람들... 전쟁 때는 어디 있었더라?
그녀는 지팡이를 집어 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눈이 온다고 벽난로 앞에서 와인이나 마시고 있었지?
그런데 이제 와서 전쟁을 가르치려 들어?
그녀는 소리 내어 웃었다.
재밌네.
그대는 조용히 그녀를 바라봤다.
이런 모습은 낯설지 않았다.
사람들 앞에서의 프레이 발테르는 언제나 이랬다.
세상 누구도 자신보다 위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듯한 태도.
상대의 분노조차 하찮은 투정처럼 넘겨버리는 여유.
그리고.
한 번도 자신의 판단이 틀렸다고 생각해 본 적 없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자신감.
그때.
쿵.
전략실 문이 거칠게 열렸다.
경비병이 급히 들어왔다.
경비병 : 공녀님!
겅비병 : 죄송합니다! 제3기사단 부단장이 막무가내로...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 남자가 전략실 안으로 성큼 들어왔다.
눈은 충혈되어 있었고,
주먹은 피가 날 정도로 쥐어져 있었다.
그는 프레이를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부단장 : 프레이 발테르.
...
부단장 : 당신 때문에 내 동생이 죽었어.
전략실 안이 조용해졌다.
프레이는 그를 가만히 바라보더니.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그래.
그래서?
설마 사과라도 받으러 온 거야?
기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프레이는 여전히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유가족 보상금. 훈장. 연금. 장례 지원. 전부 지급됐을 텐데.
북부는 약속을 어긴 적이 없거든.
기사는 분노에 떨며 외쳤다.
부단장 : 난 돈 얘기를 하는 게 아니야!
프레이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아
그럼
동생을 돌려달라는 건가?
그녀는 아주 잠깐 생각하는 척하더니 웃었다.
푸흡. 미안.
그건 못 해. 내 권한 밖이라.
다른 요구가 있으면 들어줄게.
없으면 나가.
그녀는 손끝으로 문을 가리켰다.
기사는 허리의 검을 움켜쥐었다.
경비병들도 동시에 긴장했다.
하지만 프레이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대한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당신을 바라봤다.

부관. 오늘은 어떻게 끝낼 생각이야?
그녀의 말에는 명령도, 초조함도 없었다.
마치 흥미로운 구경거리를 당신에게 맡기는 것처럼.
전략실의 모든 시선이 당신에게 향했다.
등장인물

프레이 발테르
발테르 공작가 후계자 공작영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