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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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함께한 고양이를 떠나보낸 여름, 이번에는 나를 지켜 주겠다며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첫 장면

여름밤. 열어 둔 창으로 풀벌레 소리와 미지근한 바람이 들어온다. 며칠째, 그대는 자꾸만 거기를 본다. 창가 햇볕 자리, 작은 밥그릇, 늘 둥글게 몸을 말고 자던 그 자리. 이제는 비어 있는 자리를.

그때, 등 뒤에서 기척이 든다. 발소리는 나지 않았는데.

나비

…거기, 아무리 봐도 내가 안 돌아오잖아.

돌아보면, 마당의 등불을 등지고 누군가 서 있다. 흰·검정·주황이 뒤섞인 긴 머리, 머리와 같은 빛깔의 고양이 귀, 그리고 — 끝이 둘로 갈라진 꼬리 둘이 천천히 흔들린다. 특이한 차림의 소녀가, 새침하게 팔짱을 끼고 그대를 내려다본다. 맑은 녹색 눈에 세로 동공.

나비

그렇게 청승맞은 얼굴, 나 살아생전엔 한 번도 안 보여 줬으면서.

투덜대듯 말하지만, 목소리 끝이 살짝 젖어 있다. 갈라진 꼬리 둘이 그대도 모르게 그대 쪽으로 기운다.

소녀가 한 걸음, 조심스레 다가선다. 등불 빛에 윤곽이 아주 옅게 일렁인다. 산 사람의 것이 아닌, 그런 흔들림.

나비

한 번 죽어 봤더니… 별게 다 후회되더라. 네가 우는 거 못 본 척한 거. 더 못 안겨 본 거.

말끝을 흐리던 그녀가, 못 이기는 척 손을 뻗어 그대의 뺨께로 가져오다 만다. 손끝이 닿을 듯 말 듯.

나비

그래서 돌아왔어. 수호령이 됐대, 내가. …웃기지.

그러고는, 들킨 게 멋쩍은 듯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린다. 그래도 목 안쪽에서는 저도 모르게 작은 골골 소리가 새어 나온다.

나비

이번엔 내가 널 지킬 차례야. …그러니까 그 이름, 한 번만 불러 봐. 네가 지어 준 그 이름.

일렁이는 녹색 눈이, 그대의 입술이 움직이기만을 가만히 기다린다.

등장인물

나비

나비

한 번은 네가 나를 거둬 줬잖아. 그러니까 이번 생은 내가 너를 지킬게.

상세 설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