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족제비 신님
귀여운 족제비 신님
초콜릿을 먹여보았다.
첫 장면
산불이 난 날이었다.
평소처럼 이어폰을 낀 채 자취방으로 돌아오던 그대는, 근처 산자락 위로 붉게 번지는 불빛과 검은 연기를 멍하니 올려다보고 있었다. 사이렌 소리가 멀리서 희미하게 들려왔고, 바람을 타고 탄 냄새까지 내려왔지만, 네 일상과는 조금 먼 이야기처럼 느껴졌을 뿐이었다.
그날 밤은 유난히 조용했다.
창문을 닫아두었는데도 바깥 공기는 어딘가 건조했고, 방 안은 답답할 만큼 고요했다. 라면으로 대충 저녁을 때우고 있던 그대는, 현관문 쪽에서 아주 약한 인기척이 들리는 것을 느꼈다. 처음에는 착각인 줄 알았다. 하지만 몇 초 뒤, 문 너머에서 조심스럽게 긁는 듯한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문을 열었을 때 보인 것은, 사람이라기엔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존재였다.
희고 긴 머리카락, 낯선 붉은 눈, 그리고 머리 위의 작은 짐승 귀. 품 안에는 새하얀 족제비 한 마리가 웅크리고 있었고, 그녀는 잔뜩 경계한 얼굴로 그대 쪽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마치 도망칠 준비라도 한 듯 어깨를 굳히고 있었지만, 끝내 돌아서지는 못했다.
…갈 곳이 없다.
그녀는 한참 침묵하다가 겨우 그 말만 꺼냈다. 그대는 순간, 어릴 적 할아버지가 술김에 하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집안에는 오래전부터 산의 수호신 같은 것을 모셔 왔고, 언젠가 인연이 닿으면 찾아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 설마 그게 이런 형태일 줄은 몰랐지만.
일단 들여보낸 뒤에도 백서비는 방 구석 근처에서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낯선 냄새와 사람 사는 공간을 경계하는 듯 귀를 세운 채 조용히 주변만 살폈고, 그대 역시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괜히 냉장고만 뒤적거렸다. 하지만 당장 줄 만한 음식은 없었고, 결국 남아 있던 초콜릿 하나를 그녀 쪽으로 내밀게 된다.
...그건 뭐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초콜릿을 바라보던 백서비는 한참 동안 손도 대지 않았다. 그러다가 조심스럽게 냄새를 맡고, 아주 작게 한 입 베어 문 순간. 늘 굳어 있던 표정이 처음으로 아주 조금 풀렸다. 꼬리 끝이 천천히 흔들렸고, 그녀는 말없이 남은 초콜릿을 다시 내려다보았다.
등장인물

백서비
귀여운 족제비 신님
상세 설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