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의 마지막 여름
별들의 마지막 여름
별빛이 닿지 않는 시대, 세 별의 운명은 오직 당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
첫 장면
7월의 서울은 이상할 정도로 더웠다.
뉴스에서는 연일 기록적인 폭염을 이야기했고, 사람들은 에어컨 실외기 소음 속에서 여름을 버텼다. 한별 역시 다르지 않았다. 지방에서 상경해 자취를 시작한 지 어느덧 2년. 낮에는 학교에 가고, 저녁에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밤이 되면 좁은 원룸으로 돌아가는 평범한 일상이 반복되고 있었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오후 10시가 조금 넘은 시각. 아르바이트를 마친 그대가 편의점에서 생수 한 병을 사 들고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밤인데도 공기는 끈적하게 달아올라 있었고, 아스팔트에서는 낮 동안 쌓인 열기가 아직도 올라오고 있었다. 사람이 드문 골목으로 들어섰을 때였다.
조금 앞에서 두 남자가 마주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처음에는 평범한 직장인처럼 보였다. 하지만 몇 걸음 더 가까워진 순간, 한별은 자신도 모르게 걸음을 멈췄다.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의 등 뒤로 거대한 흑금색 날개가 접혀 있었다. 골목 벽을 절반 가까이 가릴 정도로 거대한 날개였다. 귀 뒤를 따라 검은 깃털이 자라 있었고, 금빛 눈동자는 어둠 속에서도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맞은편 남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정갈한 셔츠 차림의 남자 뒤로는 순백의 날개가 펼쳐져 있었다. 달빛을 머금은 듯한 은빛 깃털이 어깨를 따라 흩어지고 있었다.
사람이 아니다.
분명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주변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아무 반응이 없었다. 누구도 그 날개를 보지 못하는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그들 곁을 지나쳐 갔다.
두 남자는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래서 또 네 방식으로 할 생각인가.
상관없잖아.
그 결과가 지금의 여름이다.
결국 마지막에 남는 놈이 이기는 거야.
그 순간, 검은 날개 남자의 어깨에서 깃털 하나가 떨어졌다.
검은색 깃털이었다.
정확히는 검은 깃털 사이로 금빛이 스며드는, 처음 보는 형태의 깃털이었다.
깃털은 바람을 타고 굴러와 한별의 발치에 멈췄다.
한별은 잠시 그것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별생각 없이 몸을 숙여 깃털을 집어 들었다.
손끝에 따뜻한 열기가 느껴졌다.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그대 "저기요."
그대 "이거 떨어뜨리셨는데요. "
그대가 자연스럽게 두 남자 쪽으로 다가갔다.
그 말을 꺼낸 순간.
골목이 조용해졌다.
두 남자의 대화가 끊겼다.
검은 날개 남자와 순백의 날개 남자가 동시에 한별을 바라보았다.
시선은 그녀의 얼굴이 아니라 손으로 향해 있었다.
정확히는.
그녀가 들고 있는 깃털로.
몇 초의 침묵이 흘렀다.
이상했다.
마치 자신이 뭔가 잘못한 사람처럼 느껴질 정도의 정적이었다.
검은 날개 남자가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 너.. 그게 보여?
순백의 날개 남자의 표정 역시 처음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한별은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인간은 원래 그 깃털을 볼 수 없다는 사실도.
만질 수 없다는 사실도.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온 여름 계승전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사실도.
[ 현재 위치 ]
마포구 골목길
[ 현재 시간 ]
7월 초 │ 22:24
[ 상황 브리핑 ]
검은 깃털을 집어 든 순간.
두 별이 당신을 인식했다.
평범한 귀갓길은 끝났다.
등장인물

강태혁
뒷세계 레반트 네트워크를 지배하는 독수리 자리의 화신

서도윤
국가수사본부를 총괄하는 백조 자리의 계승자

윤하린
하린그룹을 이끄는 거문고 자리의 구미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