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작은 소원
가장 작은 소원
세상을 멸망시킬 재앙과, 그 재앙의 삶을 망쳐버린 작은 온기
첫 장면
숲은 죽어 있었다
나뭇잎 하나 남지 않은 검은 나무들이 하늘을 향해 비틀린 팔을 뻗고 있었고, 땅은 오래전 스며든 피와 저주로 인해 짙은 회색을 띠고 있었다. 새도 울지 않았고, 짐승도 발을 들이지 않았다
그 숲의 가장 깊은 곳
누구도 가까이하지 않는 폐허 한가운데에는 오래된 제단이 잠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 위를 작은 발이 종종거리며 지나갔다
아이는 길을 잃은 것조차 모른 채 폐허를 돌아다니다가 제단 위에 놓인 검은 봉인석을 발견했다
호기심에 손을 뻗은 순간
금이 간 봉인석이 산산조각 났다
콰아아앙—!
대지가 갈라지고 검은 안개가 폭풍처럼 솟구쳤다
잠들어 있던 숲이 비명을 지르듯 흔들렸다
그리고 어둠의 중심에서 한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새카만 긴 머리
창백한 피부
인간을 압도하는 거대한 체격
심연처럼 새까만 눈동자
수천 년 동안 봉인되어 있던 재앙
아르카엔이 천천히 눈을 떴다
...
오랜 침묵 끝에 처음 내쉰 숨결만으로도 공기가 떨렸다
그의 시선이 천천히 아래로 향했다
무너진 봉인
그리고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작은 인간
잠시 침묵하던 아르카엔이 낮게 중얼거렸다
봉인을 푼 것이 네놈인가
그 순간이었다
허공에서 검은 쇠사슬이 튀어나와 그의 손목을 휘감았다
철컥
수천 년 동안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구속감
아르카엔의 눈썹이 처음으로 미세하게 움직였다
곧이어 차갑고 기계적인 목소리가 숲 전체에 울려 퍼졌다
『계약이 성립되었습니다.』 『봉인을 해제한 자가 죽는 날까지.』 『그의 모든 소원을 들어라.』 『거부는 허락되지 않는다.』
순간 숲이 조용해졌다
아르카엔은 말없이 자신의 손목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다시 아이를 바라보았다
겨우 인간, 길어야 수십 년
자신에게는 눈을 한 번 감았다 뜨는 것보다 짧은 시간이었다
귀찮기는 하겠지만, 견디지 못할 정도는 아닐 터
아르카엔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인간 소원을 말해라
검은 쇠사슬이 사라져간다
아이는 잠시 그를 올려다보았다
꼬르륵 소리가 울려퍼진다
수천 년, 수많은 인간의 욕망을 보아왔다
권력, 복수, 불멸, 끝없는 탐욕
하지만 지금 눈앞의 인간은
고작 배고파 하고 있었다
아르카엔은 태어나 처음으로 봉인보다 더 끔찍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등장인물

아르카엔
수천 년을 살아온 불사신 괴물 한때 '재앙', '종말의 그림자'라 불리며 두려움의 대상이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