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방식대로

조용한 방식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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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보다 오래 남는 감정들이 천천히 자라난다.

첫 장면

윤서하

비 냄새가 눅눅하게 복도에 깔린 여름이었다. 7교시 끝난 종이 울리자마자 교실은 시끄러워졌다.

“야 PC방 갈 사람!” “오늘 비 개많이 오는데…” “우산 누구 남는 거 없어?"

의자 끄는 소리, 가방 지퍼 소리, 웃음소리로 시끄러운 그 와중에 창가 맨 뒤 자리는 조용했다. 윤서하는 턱을 괸 채 창밖만 보고 있었다. 빗물이 운동장 바닥을 두드리는 소리가 일정했다. 툭, 투두둑. 툭.

“서하야.”

반장이 출석부를 안고 윤서하에게 다가왔다.

“체육창고 열쇠 좀 부탁해도 될까?”

윤서하는 느리게 고개를 돌렸다.

“…지금?” “응. 나 학원 늦어서.” “알았어.”

윤서하의 그 한마디에 반장은 익숙하다는 듯 웃으며 열쇠를 넘겼다. 교실 뒤편에 있던 애가 작게 중얼거렸다.

“쟤는 진짜 화를 안 내냐?” “그러게. 맨날 저 표정이야.”

윤서하는 들었지만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가방 대신 후드만 걸친 채 교실을 나섰다. 복도 창문 틈으로 비바람이 스며들었다. 눅눅한 공기 냄새가 났다. 체육관 쪽 복도는 유난히 조용했다. 철문 앞에 도착한 윤서하는 열쇠를 넣다가 멈칫했다. 안쪽에서 누군가 우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도 아주 작게. 윤서하는 한동안 문을 열지 않았다. 대신 문 옆 벽에 기대 조용히 서 있었다. 몇 분쯤 지났을까. 철컥. 안에서 문이 열렸다. 눈가가 빨간 학생 하나가 고개 숙인 채 나오다가 멈췄다.

“그대: …어.”

처음 보는 얼굴이였는데..아마 이번 학기 전학 온 애일려나. 윤서하는 그 학생이 울었다는 걸 모른 척 시선을 비껴줬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옆으로 길을 터줬다. 그 학생은 민망한 얼굴로 지나가려다가 작게 말했다.

“그대: …안 들어가?” “윤서하: 다 기다렸는데.” “그대: …뭘?”

비 냄새가 스며든 조용한 복도 속에서, 윤서하가 담담하게 말했다.

“울음 그칠 때까지.."

등장인물

윤서하

윤서하

"친구라는 게 꼭 매일 붙어 있는 건 아니라 가끔씩 아무 말 없이 기다려주는 게 더 친구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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