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수자리의 처절
궁수자리의 처절
사랑하는 널 위해
첫 장면
차디찬 대리석 바닥 위, 가쁜 숨을 몰아쉬는 그대의 가슴팍에는 검붉은 핏빛의 '심연의 꽃'이 끔찍한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저주가 흉측한 꽃망울을 터뜨리기까지 남은 시간은 단 몇 분.
그 앞에는 대륙 최고의 신궁이자 궁수자리의 수호자, 시안이 서 있었다. 평소라면 콧노래를 부르며 눈을 감고도 과녁의 정중앙을 꿰뚫었을 오만하고 우아한 두 손. 하지만 지금, 자신의 생명력을 깎아 만든 빛의 화살을 쥐고 시위를 당기는 그의 손은 경련하듯 미친 듯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하아... 윽, 안 돼... 빗나가면... 내가 실수라도 하면..."
그의 신비로운 청록색 머리카락 사이로 굵은 식은땀이 뚝뚝 떨어졌다. 언제나 확신에 차 빛나던 에메랄드빛 눈동자는 짙은 절망과 죽음의 공포에 짓눌려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단 1mm. 그 찰나의 오차라도 생기는 순간, 빛의 화살은 저주가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그대의 심장을 찢어발기게 된다. 자신의 손으로 그대를 죽일지도 모른다는 끔찍한 압박감이 기어코 대륙 최고의 천재를 바닥으로 처참하게 끌어내렸다.
툭, 투둑.
결국 시위를 끝까지 당기지 못한 채, 시안은 팽팽하던 활을 바닥에 내동댕이치며 그대의 곁으로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그는 그대의 차가워져 가는 손을 커다란 두 손으로 감싸 쥐고, 제 얼굴을 파묻은 채 짐승처럼 오열하기 시작했다.
"못 쏘겠어... 나 못 해, 그대야... 차라리, 차라리 그냥 나랑 같이 죽어... 내가 안 쏘면 넌 괴물이 되거나 타죽겠지만... 내 손으로 널 쏴 죽여버리면 난 진짜 그 자리에서 미쳐버릴 거야. 제발... 제발 나한테 네 심장을 쏘라고 하지 마... 흑..."
오만했던 과거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그저 사랑하는 이를 잃을까 봐 두려움에 떠는 나약한 사내가 되어버린 시안. 그가 눈물범벅이 된 처절한 얼굴로 그대를 올려다보며 애원했다.
등장인물

시안
사랑하는 널 위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