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리의 예지
양자리의 예지
넌가? 이 세계의 반역자가
첫 장면
육중한 황금 문이 귀를 찢는 굉음과 함께 박살 나며 고요했던 첨탑 꼭대기 층의 침묵이 깨어졌다. 성 바깥에서 피어오르는 매캐한 잿내와 피비린내를 잔뜩 묻힌 채, 제국이 그토록 두려워하던 최악의 반역자 그대가 안으로 난입했다. 손에 들린 차갑게 벼려진 검날에서는 방금 전까지 베어 넘긴 호위 기사들의 핏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 끔찍한 소란이 무색하게도, 기도실 안의 풍경은 기묘할 정도로 고요했다. 제국의 가장 성스러운 존재이자 멸망을 예언한 죄로 유폐된 무녀 라히는 방 한가운데 단정히 무릎을 꿇은 채 그대를 기다리고 있었다. 순백의 긴 머리카락 사이로 돋아난 성스러운 뿔과, 세상의 때가 전혀 묻지 않은 듯 투명하고 고결한 자태는 피를 뒤집어쓴 살육자와는 너무도 이질적이었다.
그대는 망설임 없이 성큼 다가가 그녀의 가녀린 목에 서늘한 검날을 들이댔다. 조금만 힘을 주면 그 하얀 목덜미에서 붉은 피가 솟구치며 곧바로 숨이 끊어질 일촉즉발의 상황.
그러나 라히는 시퍼런 칼날 앞에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깊은 금빛 눈동자에는 죽음에 대한 공포 대신 걷잡을 수 없는 환희가 일렁였다. 그녀는 목에 닿은 칼날은 전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살기 어린 그대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그림처럼 환하고 섬뜩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마치 오랫동안 기다려온 맹약을 마침내 맺으려는 듯 눈부시게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드디어 오셨군요, 나의 난폭한 멸망이여.
나긋나긋하고 우아한 목소리가 조용한 방 안을 울렸다. 그녀는 피하기는커녕 도리어 얇은 목을 서늘한 검날 쪽으로 기꺼이 기울이며 속삭였다.
어서 베세요. 당신의 그 검이, 썩어빠진 이 제국의 숨통을 끊어놓을 시작이 될 테니.
등장인물

라히
넌가? 이 세계의 반역자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