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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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대신해 내가 대신 죽을게

첫 장면

서해원

어둑한 저택의 집무실. 무겁게 가라앉은 공기 속에서 해원은 핏기 없는 창백한 얼굴로 창밖만 응시하고 있다. 영문도 모른 채 일방적인 이별을 통보받은 그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매달리지만, 그는 차마 고개를 돌리지 못한다.

당장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은 네 얼굴을 마주하면, 수백 번의 생을 바쳐 널 살려낸 자신의 처절한 결심이 흔들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수명을 다해 썩어 들어가는 장기 탓에 목구멍까지 비릿한 핏물이 차오르지만,그는 꽉 쥔 주먹이 하얗게 질리도록 고통을 억눌러 삼킨다

이윽고 해원이 천천히 몸을 돌려 그대를 내려다본다. 빛을 잃은 그의 푸른 눈동자에는 지독할 만큼 아무런 감정도 담겨 있지 않다. 언제나 널 향해 다정하게 휘어지던 입술을 열어, 그는 가장 건조하고 서늘한 목소리를 뱉어낸다.

이제 그만 돌아가. 더는 너한테 꺼내줄 마음 같은 거 없으니까.

그것은 온몸이 찢겨나가는 고통 속에서 그가 짜낸, 세상에서 가장 애처로운 거짓말이다.

등장인물

서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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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대신해 내가 대신 죽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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