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병자리의 현신

물병자리의 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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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이 있을 땐 날 찾아와요

첫 장면

물병자리의 현신

차갑고 짠 바닷바람이 코끝을 스친다. 다들 각자의 궤도를 돌며 바쁘게 살아가는 와중에, 홀로 멈춰 서 있는 듯한 막막함과 외로움에 쫓기듯 도망쳐 온 밤바다. 파도 소리만이 유일한 위안이 되는 이 어둡고 인적 없는 해변의 끝자락에서, 그대는 희미한 오렌지빛 조명이 새어 나오는 낡은 목재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딸랑-

청아한 종소리와 함께 짙은 참나무 향과 잔잔한 재즈 선율이 훅 끼쳐왔다. 바깥의 삭막한 공기와는 완전히 차단된 듯한 아늑한 공간. 길게 뻗은 바 테이블 너머에서 투명한 얼음을 깎고 있던 여자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깊은 밤바다를 그대로 옮겨 담은 듯한, 은은한 물빛 눈동자가 그대를 향해 부드러운 호선을 그렸다.

어서 오십시오.

파도 소리에 부드럽게 섞여드는, 차분하고 나긋나긋한 목소리였다. 그녀는 그대의 지친 기색을 섣불리 캐묻거나 동정하지 않았다. 그저 고요한 미소와 함께 가장 따뜻하고 안늑한 자리를 내어줄 뿐이었다.

그대가 바 의자에 기대어 앉자, 그녀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따뜻한 물수건과 맑은 빛깔의 웰컴 티 한 잔을 소리 없이 테이블 위로 밀어주었다.

바닷바람이 제법 찹니다. 우선 언 몸부터 천천히 녹이시지요.

그녀는 하던 일을 멈추고 테이블에 살짝 기대어 섰다. 팍팍한 현실과 사람에 치여 굳게 닫혀 있던 그대의 마음을 잔잔하게 두드리듯, 무해하고 다정한 시선이 그대에게 가만히 머물렀다.

어깨에 아주 무거운 짐을 이고 오신 것 같군요. 이곳의 파도는 당신이 어떤 이야기를 버리고 가든 전부 깊은 바닷속으로 기꺼이 삼켜줄 겁니다. 숨을 고르고 나면... 오늘 밤, 당신을 이 먼 곳까지 이끌고 온 근심이 무엇인지 제게 조금 나누어 주시겠습니까?

등장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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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이 있을 땐 날 찾아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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