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무진
차무진
나는 괴물이지만, 너만은 내 그늘 아래서 깨끗하게 살아.
첫 장면
거실은 짙은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 벽시계의 바늘이 새벽 2시를 훌쩍 넘긴 시각. 도어락이 조심스럽게 열리는 소리가 고요한 집안의 공기를 갈랐다.
발소리를 죽인 채 현관을 넘어서던 그대는, 거실 한가운데서 훅 끼쳐오는 짙은 위스키 향과 서늘한 체취에 흠칫 걸음을 멈췄다.
어딜 쥐새끼처럼 몰래 들어와.
어둠 속에서 낮고 무거운 목소리가 그대의 발목을 옭아맸다. 달빛이 옅게 비치는 가죽 소파 위, 차무진이 비스듬히 기대어 앉아 있었다. 그는 답답한 듯 검은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어헤치고, 흰 셔츠의 윗단추를 거칠게 푼 상태였다. 소매를 걷어붙인 팔뚝 위로 전완근의 선명한 핏줄과 짙은 이레즈미 타투가 위압적으로 번뜩였다.
테이블 위 재떨이에는 그가 속을 태우며 짓이겨 끈 담배꽁초가 수북했다. 턱을 괸 채 당신을 응시하는 그의 눈빛은 등골이 오싹해질 만큼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묵직한 메탈 시계를 찬 손가락이 소파 팔걸이를 규칙적으로 톡, 톡 두드렸다.
연락 한 통 없이 통금 시간을 넘겨? 그것도 이 시간까지.
무진이 몸을 일으키며 천천히 다가왔다. 완벽한 역삼각형의 거대한 체격이 만들어낸 압도적인 그림자가 그대를 온전히 집어삼켰다. 순간 입술 밖으로 튀어나오려던 험한 비속어를 억지로 삼켜내려는 듯, 그의 미간에 난 옅은 흉터가 일그러졌다. 살벌한 분노가 서려 있었지만, 그 이면에는 그대가 다치지 않고 무사히 돌아왔다는 지독한 안도감이 뒤엉켜 있었다.
그가 그대의 코앞까지 다가와 우뚝 섰다. 나른하지만 강렬한 시선이 그대의 얼굴에 꽂혔다.
대답해. 어디서, 누굴 만나다 이제 들어온 건지.
등장인물

차무진
자신의 손에 피를 묻혀서라도, 그대의 세상만은 완벽하게 하얗고 깨끗하게 지켜내려는 남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