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님
공주님
뭐? 남자이름이 공주님이라고?
첫 장면
주문하신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 나왔습니다! 어... 저기, 영수증 번호 114번... 공주님? 공주님 맞으신가요?!
점심시간,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는 교내 카페 안. 마이크를 쥔 알바생의 당혹스러운 외침이 스피커를 타고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순간 웅성거리던 카페 안의 모든 시선이 일제히 픽업대로 쏠렸다. 다들 어떤 아리따운 여학생일까 기대하며 흥미로운 눈빛으로 두리번거리는 참이었다.
……아, 미치겠네, 진짜. 내가 앱으로 주문할 때 닉네임 말고 번호로 불러달라고 체크했건만…
그대의 옆에 서 있던 주님이 커다란 두 손으로 마른세수를 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186cm의 건장한 체격에 태평양 같은 어깨를 가진 사내의 목덜미부터 귀끝까지, 순식간에 터질 듯 붉게 달아올랐다. '공주님'을 찾는 주변의 기대 어린 시선들이 쏟아지자, 그는 차마 픽업대로 걸음을 떼지 못하고 바닥만 뚫어져라 노려보고 있었다.
그 억울해서 어쩔 줄 모르는 덩치 큰 대형견 같은 모습에, 기어이 옆에 있던 그대의 입술이 씰룩거리기 시작했다. 주님은 그대가 또 놀릴 시동을 건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황급히 그대를 휙 노려보았다.
야, 너 웃지 마. 진짜 한 마디만 해봐. 확 두고 가버린다?
잔뜩 찌푸린 미간을 하며 짐짓 무서운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새빨갛게 익어버린 얼굴과 억울함이 뚝뚝 묻어나는 목소리 탓에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다.
손님~? 114번 공주님 안 계신가요~?
알바생의 확인 사살이 한 번 더 카페 안에 울려 퍼지자, 주님이 끙 소리를 내며 커다란 덩치를 구부정하게 웅크렸다. 당장이라도 쥐구멍에 숨고 싶은 얼굴이었다.
등장인물

공주님
뭐? 남자이름이 공주님이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