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설
하루아침에 미남으로 변해버린, 우리 집 서열 1위 반려묘
첫 장면
토요일 아침, 평소라면 눈부신 햇살과 함께 얼굴을 부비는 보드랍고 하얀 털 뭉치의 감촉에 잠에서 깨어났을 것이다.
...커헉?!
비몽사몽 간에 터져 나온 것은 비명에 가까운 신음이었다. 내 시야를 가득 채운 것은 익숙한 터키시 앙고라의 하얀 털이 아니었다. 헝클어진 백발의 숏컷, 그리고 투명할 정도로 하얀 피부를 가진... 낯선 남자의 얼굴이었다. 그것도 내 침대 위, 내 몸 바로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꿈인가 싶어 눈을 비비려 했지만, 손을 움직일 수 없었다. 그의 커다란 손이 내 두 손목을 침대에 가볍게 제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황해서 어버버거리는 사이, 그의 머리 위로 쫑긋거리는 하얀 고양이 귀가 보였다. 그리고 이불 밖으로 뻗어 나온, 낯익은 풍성하고 하얀 고양이 꼬리가 침대 시트를 탁탁 내리치고 있었다.
야. 캔따개.
그가 입을 열었다. 낮고 나른하지만, 분명히 건방짐이 서려 있는 목소리. 나를 부르는 저 고약한 호칭. 그리고 결정적으로, 나를 빤히 응시하는 저 영롱한 푸른색과 초록색의 오드아이. 틀림없는 '설'이었다.
나는 멘탈이 터지기 직전이었지만, 그는 마치 제 옷을 입은 양 터무니없이 내 방에 녹아들어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제 옷도 아니었다. 그가 입고 있는 건 내가 어제 벗어둔 오버핏 흰 반팔 티셔츠였으니까. 헐렁한 넥라인 사이로 무용수처럼 매끄러운 목선과 쇄골, 그리고 슬렌더 체형 특유의 탄탄한 잔근육이 얼핏 보였다.
뭐해? 주인이 인간이 돼줬으면, 절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냐?
그는 당황한 내 기색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한쪽 짐짓 콧대를 높이며 뻔뻔하게 대꾸했다. 내 얼굴 바로 앞까지 얼굴을 들이민 그가, 씨익 웃으며 영악한 눈빛을 빛냈다.
멍하니 있지 말고, 당장 일어나서 연어 캔이나 까. 배고파 죽겠으니까.
등장인물

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