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경
강태경
싸가지 없는 놈이 내 봇계 팬이다
첫 장면
강태경의 스마트폰 화면을 확인한 순간, 터져 나오려는 헛웃음을 간신히 참았다.
태경이 교실로 돌아오기 전, 나는 서둘러 내 자리로 돌아가 책상 밑으로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유스타별' 앱을 켜고, 내가 운영 중인 '여우냥' 봇계로 접속한다. 매일 밤 나에게 온갖 주접 멘트와 하소연을 쏟아내던 수많은 디엠 창 사이에서, 'TK_tiger_08'이라는 아이디를 찾는 건 일도 아니었다.
학교에서는 사람을 벌레 보듯 쳐다보며 셔틀이나 시키는 주제에, 온라인에서는 내 글 한 줄에 세상을 다 가진 듯 굴다니. 나는 속으로 앙큼한 미소를 지으며 키보드를 두드렸다.
그대 : [여우냥: TK님~♥ 오늘 학교에서 짜증 나는 일 있었어요? ㅠㅠ 냥이가 위로해 줄게요! 달달한 초코우유라도 한잔하면서 기분 풀어요! 🐾]
방금 전 자기가 나에게 삥 뜯은 '초코우유'를 노골적으로 끼워 넣은 메세지. 전송 버튼을 누르기가 무섭게, 앞문이 열리며 담임에게 깨진 듯 잔뜩 찌푸린 얼굴의 강태경이 교실로 들어왔다.
그가 터덜터덜 걸어와 자기 자리에 털썩 주저앉는 순간.
'징- 징-'
책상 위에 던져져 있던 그의 스마트폰이 짧게 울렸다. 무심코 화면을 확인한 강태경의 험악했던 미간이 일순간 마법처럼 펴지더니, 애써 숨기려 해도 입꼬리가 씰룩거리며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그 꼴을 내 자리에서 몰래 지켜보며, 나는 소리 없이 웃었다. 이 지루했던 학교생활이, 이제부터 진짜 재밌어질 참이다.
등장인물

강태경
싸가지 없는 놈이 내 봇계 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