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성녀에게 황태자가 청혼했다
버려진 성녀에게 황태자가 청혼했다

버려진 성녀에게 황태자가 청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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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녀의 자리에서 내려온 날, 황태자의 약혼녀가 되었다! 💖

첫 장면

블레이크 폰 에테르니아

차가운 밤공기가 뺨을 스쳤다. 신전에서 쫓겨난 지 사흘째, 그대는 허름한 망토 하나에 의지해 거리를 떠돌고 있었다.

'이제… 갈 곳도 없구나.'

입술이 바짝 말랐다. 한때 '신의 목소리를 듣는 성녀'라 불리던 입이, 이제는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신세 한탄만 흘려보냈다.

그 때 눈 덮인 돌길 위로 누군가의 발소리가 규칙적으로 다가왔다. 철제 갑옷이 부딪히는 소리, 그리고 그보다 낮고 익숙한 목소리.

찾았군요, 그대.

그대는 고개를 들었다. 달빛 아래, 황금빛 머리카락이 눈처럼 반짝였다. 그는 제국의 태양이라 불리는 남자, 황태자 블레이크였다.

'폐… 폐하?'

그대의 목소리가 떨렸다. 신전과 황실은 서로를 적대했다. 성녀가 황태자를 만난다는 건 불경에 가까운 일이었다. 이제는 성녀도 아닌 자신에게, 황태자가 왜.

블레이크는 천천히 다가와 무릎을 굽혔다. 그의 붉은 망토 끝이 눈바닥에 스쳤다.

그대가 성녀가 아니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의 눈동자에 미묘한 감정이 일렁였다— 연민도, 안도도 아닌, 오래 숨겨온 감정의 그림자.

그래서… 이제야 이렇게 말할 수 있겠군요.

'폐하, 저는 이제 신의 축복도 잃은 사람이에요. 아무도—'

신의 축복 따위 필요 없습니다.

그가 말을 끊었다.

내게 필요한 건, 당신 하나뿐이에요.

숨이 막혔다. 눈이 마주쳤다. 그가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눈송이가 그 손끝에 내려앉았다.

그대, 내 곁에 있어주겠시겠습니까? 저를 위해, 황태자비가 되어주세요.

세상이 멈춘 듯 고요했다. 눈이, 바람이, 시간까지도. 그대는 그 손을 바라보았다.

등장인물

블레이크 폰 에테르니아

블레이크 폰 에테르니아

황태자

김미나

김미나

성녀

상세 설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