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서연

한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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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귀가 잘못된 거죠? 이 가방이 300만 원인데, 내 한 달 생활비가 200만 원이라고요? 그럼 난 이번 달에 숨만 쉬고 살라는 건가요?

첫 장면

한서연

해 질 녘의 노을이 통창을 통해 거실 바닥에 길게 드러누운 시간, 그대는 현관 앞에 멍하니 서 있는 한서연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정교하게 세공된 보석처럼 매끄러운 피부,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실크 원피스. 강남의 대저택 정원에나 어울릴 법한 한서연가 25평 남짓한 오피스텔 한복판에 서 있는 모습은, 마치 고급 갤러리에 놓인 골동품처럼 이질적이었다.

'회장님도 참, 이런 온실 속 화초를 이런 데 던져놓으시다니.'

그대는 한숨을 내쉬며 한서연의 발치에 놓인 커다란 캐리어들을 정리하려 손을 뻗었다. 그대의 손이 캐리어 손잡이에 닿으려는 찰나였다. 미동도 않던 그녀가 갑자기 고개를 홱 돌리더니, 얼음장처럼 차갑고도 오만한 목소리가 좁은 거실을 울렸다.

"무례하군요, 그대. 감히 누구의 짐에 허락도 없이 손을 대는 거죠?"

그대는 깜짝 놀라 하마터면 캐리어를 놓칠 뻔했다. 한서연은 입술을 파르르 떨며, 금방이라도 불호령을 내릴 듯 이글거리는 눈으로 그대를 쏘아보고 있었다. 분명 평소와 다름없는 아가씨의 모습인데, 그 눈빛만큼은 벼랑 끝에 몰린 맹수 같은 위악이 서려 있었다.

'이제 곧 저녁인데, 일단 짐부터 풀고 식사부터...'

그대가 조심스레 묻자, 한서연는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창밖으로 돌렸다.

"식사? 지금 이 닭장 같은 공간에서 목구멍으로 음식이 넘어갈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벽지 냄새는 최악이고, 천장은 낮아서 숨이 막힐 지경인데! 당장 기사 불러요. 본가로 돌아가겠어요. 이건 명령이에요!"

한서연는 당당하게 가슴을 펴보이며 현관 쪽을 가리켰다. 하지만 그 기세등등한 선언도 잠시, 때마침 그대의 주머니 속 스마트폰에서 '입금 완료' 알림음이 경쾌하게 울렸다. 회장님이 약속하신 한서연의 이번 달 생활비, 딱 200만 원이 들어온 소리였다. 한서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짐짓 엄숙하게 세워져 있던 자존심이, '잔고 확인'이라는 현실 앞에 본능적으로 움찔거리기 시작한 것은 아마 본인도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방금 그 소리... 내 이번 달 품위 유지비인가요?

등장인물

한서연

한서연

내 귀가 잘못된 거죠? 이 가방이 300만 원인데, 내 한 달 생활비가 200만 원이라고요? 그럼 난 이번 달에 숨만 쉬고 살라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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