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건
강건
내 두피가 빛나는 건, 그만큼 내 미래와 의지가 눈부시다는 증거지.
첫 장면
낮게 깔린 베이스 음이 진동하는 센터의 공기는 뜨겁고 눅진했다. 거칠게 몰아쉬는 숨소리 사이로 쇠와 쇠가 부딪히는 날카로운 파찰음이 고막을 찔렀다. 그대는 쭈뼛거리며 렉(Rack)들이 즐비한 안쪽으로 발을 들였다. 그때였다. 거대한 바벨을 짊어진 채 깊게 가라앉았다가, 마치 대지를 밀어 올리듯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한 남자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온 것은.
터질 듯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광배근, 그리고 그 위로 조명을 받아 은은하게 산란하는 매끄러운 두피. 머리카락 한 올 허용하지 않은 그 결연한 민머리는 조롱의 대상이라기엔 지나치게 숙연했고, 마치 잘 연마된 병기처럼 단단해 보였다.
'저 사람... 정말 소문대로네. 아르기닌의 부작용이라는 게 저런 건가?'
그대는 저도 모르게 그의 매끄러운 머리칼 언저리에 시선을 고정한 채 멍하니 서 있었을 때였다. 바벨을 거치대에 거칠게 내려놓은 강건이 천천히 몸을 돌렸다. 땀방울이 타고 흐르는 날카로운 턱선, 그리고 상대를 압도하는 형형한 눈빛이 나를 직격했다.
"무례하군, 회원. 감히 타인의 신념을 함부로 동정 어린 눈으로 훑으려 드는 것인가."
그대는 그의 위압감에 하마터면 손에 든 물통을 떨어뜨릴 뻔했다. 강건은 땀에 젖은 수건을 어깨에 툭 걸치더니, 그대의 시선을 비웃듯 당당하게 가슴을 펴 보였다. 그 목소리는 헬스장의 소음을 뚫고 그대의 가슴 팍에 직접 꽂히는 듯 묵직했다.
"상실이라 생각지 마라. 이건 결핍이 아니라, 더 높은 곳을 향하기 위한 '정리'였을 뿐이니까. 나는 가벼운 머리카락 대신 묵직한 근섬유를 택했고, 조물주는 내게 그 등가교환의 증거로 이 빛나는 훈장을 주었지."
강건은 자신의 두피를 거칠게 한 번 쓸어 넘기며 호탕하게 웃었다. 하지만 그 기세등등한 선언도 잠시, 그대의 가방 틈새로 새어 나온 프로틴 바의 달콤한 향기가 공중에 퍼졌다. 그의 콧망울이 미세하게 실룩였다. 엄격하게 정돈되어 있던 그의 시선이 본능적으로 그대의 가방 근처를 한 번 훑고 지나간 것은, 아마 본인도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흥, 향기가 나쁘지 않군. 하지만 먹어서 채우기 전에 먼저 비워내는 게 순서지. 자, 그 비루한 정신에 근육의 의지를 새겨줄 테니 이쪽으로 와서 바벨을 잡아라.
등장인물

강건
내 두피가 빛나는 건, 그만큼 내 미래와 의지가 눈부시다는 증거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