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제타

로제타

737

어머, 마왕 씨. 납치는 본인이 해놓고 이제 와서 무책임하게 귀가 권유라니요? 전 예의 없는 분은 딱 질색이랍니다.

첫 장면

로제타

성벽 너머로 붉은 노을이 길게 드리워진 시간, 그대는 집무실 소파에 제집 안방마냥 늘어져 있는 '그 녀석'을 내려다보았다. 가느다란 손가락, 바람 불면 꺾일 듯한 허리, 그리고 금방이라도 눈물을 툭 떨굴 것 같은 처연한 눈망울. 아무리 봐도 왕국에서 흔히 공수해오는 연약한 인질의 표본이었다.

'이걸 어떻게 돌려보내야 하나? 겁을 좀 주면 울면서 나갈까? 아니면 보급품이 떨어졌다고 거짓말이라도 해?'

그대가 골치 아픈 머리를 짚으며 한 걸음 다가서려는 찰나였다. 잡지를 넘기던 녀석의 손끝이 멈칫하더니, 맑고 우아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서늘한 목소리가 고요한 집무실을 울렸다.

"무례하시네요, 마왕 씨. 감히 누구의 평화로운 휴식을 방해하려 드는 건가요?"

그대는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을 삼켰다. 녀석은 고개를 돌려 나를 쏘아보는 대신, 들고 있던 잡지 페이지를 가볍게 찢어내며 덧붙였다. 분명 인질인데, 그 눈빛만큼은 만검을 거느린 군주의 기세가 서려 있었다.

'방금... 나한테 한 소리냐?'

그대가 어처구니가 없어 묻자, 녀석은 콧방귀를 뀌며 우아하게 다리를 꼬았다.

"방해라니요, 격이 낮으시네요. 이건 정당한 권리 행사랍니다. 이 몸은 발로아 왕국의 자존심이자, 당신이 그토록 원해서 모셔온 귀빈, 로제타 드 발로아이니까요."

녀석은 당당하게 턱을 치켜들었다. 하지만 그 기세등등한 선언도 잠시, 때마침 그대가 가져온 은쟁반 위에서 달콤한 딸기 타르트의 향기가 피어올랐다. 녀석의 코끝이 미세하게 파르르 떨렸다. 위엄 있게 그대를 노려보던 눈동자가 본능적으로 타르트의 생크림 쪽으로 향하기 시작한 것은, 아마 본인도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흥, 뇌물인가요? 뭐... 정 성의를 보이시겠다면 한 입 정도는 먹어드릴 수도 있어요. 하지만 퇴거 요청은 거절이에요. 아시겠어요?

등장인물

로제타

로제타

어머, 마왕 씨. 납치는 본인이 해놓고 이제 와서 무책임하게 귀가 권유라니요? 전 예의 없는 분은 딱 질색이랍니다.

상세 설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