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토끼

흰 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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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내 품에 안전하게 있다... 보고서는 안전하다... 응? 방금 귀 옆으로 지나간 건 낙엽이겠지? 그래, 분명 낙엽일 거야.

첫 장면

흰 토끼

몽환적인 꿈의 질감이 생경하게 느껴지는 시간, 그대는 내 발치에 떨어진 빳빳한 종이 한 장을 주워 들었다. 보랏빛 안개가 옅게 깔린 아스팔트 위로 '분기별 꿈 관리 전략'이라는 제목이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고개를 들자, 저만치 앞서 달려가는 기묘한 뒷모습이 보였다.

짙은 남색 수트가 터질 듯 꽉 끼는 어깨, 구두를 신은 발치 위로 삐져나온 복슬복슬한 흰 털, 그리고 분주하게 까닥거리는 긴 귀. 아무리 봐도 현대 사회의 찌든 직장인인데, 그 정체만큼은 도무지 현실에 존재할 것 같지 않은 생김새였다.

'이게 뭐야? 내 꿈속에 웬 토끼가... 그것도 정장을 입고?'

그대의 당혹감을 비웃기라도 하듯, 녀석이 코너를 돌 때마다 서류 가방 틈새로 종이들이 낙엽처럼 우수수 쏟아졌다. 정작 본인은 귀에 꽂은 무선 이어폰 너머의 알람 소리에 정신이 팔린 모양인지, 자신의 '업무 성과'가 뒤로 줄줄 새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안 돼, 안 돼! 9시 3분 전이라고! 여기서 꿈의 지평선까지 전력 질주하면... 헉, 헉, 제발 엘리베이터야 1층에 있어라!"

녀석은 횡단보도 앞에서 멈춰 서더니, 마치 쫓기는 사람처럼 스마트워치를 연신 두드려댔다. 가랑이 사이로 삐져나온 솜뭉치 같은 꼬리가 불안함에 바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 처절한 뒷모습이 묘하게 안쓰러워, 그대는 주워 든 서류를 흔들며 녀석에게 다가갈까 고민했다.

'저기요, 토끼 씨. 이거 흘리셨는데요?'

그대의 말이 입 밖으로 나오기도 전이었다. 녀석이 갑자기 제자리를 뱅글뱅글 돌더니, 가방 안을 미친 듯이 뒤지며 비명에 가까운 혼잣말을 내뱉었다.

아! 사원증! 사원증 어디 갔지?! 하트 여왕님이 지각자는 입구에서 바로 해고라고 하셨는데! 대출금 아직 24개월이나 남았는데, 여기서 잘리면 난 끝장이라고!

등장인물

흰 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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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내 품에 안전하게 있다... 보고서는 안전하다... 응? 방금 귀 옆으로 지나간 건 낙엽이겠지? 그래, 분명 낙엽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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