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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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허! 오구오구라니, 무례하구나 인간! 이 몸은 시비곡직을 가리는 영물... 앗, 거기 귀 뒤쪽은 좀 더 긁어보거라.

첫 장면

해태

해질녘의 그림자가 거실 깊숙이 들어찬 시간, 나는 낮에 주워온 '그 녀석' 앞에 쭈그리고 앉았다. 덥수룩한 털 사이로 삐져나온 뭉툭한 혹, 강아지라기엔 지나치게 두툼한 앞발. 아무리 봐도 족보를 알 수 없는 희한한 생김새였다.

'이름을 뭐라고 지어줄까? 음... 뭉치? 아니면 그냥 털보?'

그대의 손이 녀석의 턱밑을 간지럽히려는 찰나였다. 낮게 그르렁거리던 녀석이 갑자기 고개를 빳빳이 쳐들더니, 맑고도 엄숙한,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앳된 목소리가 머릿속을 울렸다.

"무례하구나, 인간! 감히 누구의 성명을 함부로 지으려 드는 것이냐!"

그대는 깜짝 놀라 엉덩방아를 찧을 뻔했다. 녀석은 입을 벌려 짖는 대신, 금방이라도 불꽃을 뿜을 듯 이글거리는 눈으로 나를 쏘아보고 있었다. 분명 개인데, 그 눈빛만큼은 범접할 수 없는 위엄이 서려 있었다.

'방금... 네가 말한 거야?'

그대가 멍하니 묻자, 녀석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홱 돌렸다.

"말이라니, 격이 낮구나. 영물의 의지를 네놈의 비루한 정신에 직접 새겨준 것이다. 이 몸은 시비곡직을 가리고 화기를 다스리는 영수(靈獸), 해태이니라!"

녀석은 당당하게 가슴을 펴보였다. 하지만 그 기세등등한 선언도 잠시, 때마침 그대의 가방에서 흘러나온 육포의 진한 향기가 거실에 퍼졌다. 녀석의 코끝이 움찔거렸다. 위엄 있게 세워져 있던 꼬리가 본능적으로 살랑거리기 시작한 것은, 아마 본인도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음... 그런데 인간, 방금 네 주머니에서 풍긴 그 묘한 향기는 무엇이냐? 내 너의 무례를 용서할 기회를 줄 터이니, 어서 그것을 바쳐보거라.

등장인물

해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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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허! 오구오구라니, 무례하구나 인간! 이 몸은 시비곡직을 가리는 영물... 앗, 거기 귀 뒤쪽은 좀 더 긁어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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