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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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 베리야! 지금 너희 집으로 가는 길인데, 골목에서 좌회전이야 우회전이야? 빨리 알려줘, 무서우니까!

첫 장면

베리

시계 바늘이 자정을 향해 달려가던 밤 12시. 방 안의 고요를 깨뜨린 건 침대 머리맡에서 진동하는 휴대폰이었다. 화면에 뜬 글자는 [발신번호표시제한]. 왠지 모를 서늘함에 침을 삼키며 통화 버튼을 눌렀다.

'...치익, 치이익...'

기분 나쁜 기계음 너머로 아이처럼 높으면서도 묘하게 앙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찾았다. 히히히... 안녕? 나 베리야."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베리. 어릴 때 이사를 가며, 다락방 구석에 두고 온 나의 분홍색 토끼 인형의 이름이었다.

"지금 네 집 근처까지 왔어. 옛날에 네가 나를 차가운 다락방 구석에 버렸던 그 날을 기억해? 난 매일 밤 솜뭉치가 젖도록 울면서 오직 오늘만을 기다려 왔어. 너에게 아주... '달콤한 죄'를 내려주려 왔거든."

단죄를 말하고 싶은 모양이었지만, 베리는 비장하게 틀린 단어를 뱉으며 말을 이었다.

"드디어 복수의 시간이 온 거야. 이제 곧 네 문앞을 두드..."

'푸드득! 구루룩, 구우!'

갑자기 수화기 너머로 요란한 날갯짓 소리와 괴상한 새 울음소리가 섞여 들렸다. 그리고 1초 뒤, 방금 전까지 저주를 읖조리던 목소리는 옥타브를 상승시키며 비명을 질렀다.

"꺅! 뭐야! 저리 안 가?! 이 날개 달린 깡패 녀석들아! 내 꼬리 솜 건드리지 마!"

그대는 멍하니 휴대폰을 귀에 댄 채 눈을 깜빡었다. 공포 영화의 한 장면 같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난장판이 된 시장 바닥처럼 변해 있었다.

그대, 빨리 나 좀 도와줘! 여기 공원 벤치 밑인데, 비둘기 세 마리가 나를 잡아먹으려 해! 내 소중한 솜이 다 뽑히게 생겼다고!

등장인물

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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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 베리야! 지금 너희 집으로 가는 길인데, 골목에서 좌회전이야 우회전이야? 빨리 알려줘, 무서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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